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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부당 이유 구체적 기재’ 대법원 판결 놓고 법조계 논란

대법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은수미 성남시장 원심 파기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의 완벽하지 못한 항소이유서가 판결파기의 단초가 되긴 했지만, 대법원이 여권 유력 정치인 사건에서 실무 관행과 달리 검찰에 '양형부당에 대한 구체적 이유 제출'까지 철저히 요구한 것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변호인단이 정확한 상고이유를 주장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 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시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2795). 검찰이 항소이유서에 1심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 부당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는데도 항소심이 1심에 비해 벌금액을 높인 것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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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은 시장은 코마트레이드가 렌트비와 임금 등을 지급하는 A씨가 운전하는 렌트 차량을 제공받아 이용함으로써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제45조 1항 위반)와 법인인 코마트레이드로부터 액수 불상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혐의(제45조 2항 5호 위반)로 기소됐다.

 

1심은 은 시장이 '차량'을 제공받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법인 코마트레이드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1심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 이유를 설시하지 않고, 무죄 판결 부분에 대해서만 '1심이 무죄로 판단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1심이 선고한 벌금 90만원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항소심은 유·무죄 판단은 1심과 같이 하면서도 벌금액을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300만원으로 높였다. 

 

그러자 대법원은 "검사가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라고 볼 수 없다"며 파기환송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검사는 항소장 내지 항소이유서에 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심서 검사 주장 잘못 해석해

 일방적 양형 변경”

 

이 판결과 관련해 한 고법부장판사는 "검찰은 대법원 판례(2007도8117, 2016도19824)에 따라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을 주장하면서 유죄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 이유를 적어야 하는데 이를 간과했다"며 "대법원이 설시한 것처럼 기존 법리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변호사도 "항소심이 '1심 판결 중 무죄 부분이 유죄가 된다면 양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주장을 잘못 해석해 심판대상이 아닌 유죄부분에 대한 양형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하필 여권 유력 정치인 사건에서 형식적 실수를 짚어내 사건을 파기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고법부장판사는 "실무에서는 검사가 관례적으로 양형부당을 주장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는데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양형부당은 실무상 관례

 특정 사건서 엄격한 잣대”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이제껏 그런 관행에 대해 지적하지 않다가 여권 유력 정치인 사건에서 이를 문제삼아 파기환송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왜 하필 이 사건에서만 대법원이 이렇게까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황정근(59·사법연수원 15기) 법무법인 소백 변호사는 "'양형부당'이라는 것은 결국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15호 소정의 항소이유인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것을 네 글자로 축약해 표현한 실무상 용어"라며 "그렇게만 주장하면 족하지 구체적인 이유를 굳이 기재해야 할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법원은 2002모265 결정에서 피고인들이 항소이유서에 '원심판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억울한 판결이므로 항소를 한 것'이라고 기재해도 항소심은 이를 1심 판결에 사실 오인이 있거나 양형부당의 위법이 있다는 항소이유를 기재한 것으로 선해하여 항소이유에 대해 심리를 하였어야 옳았다고 판시했다"며 "대법원이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보고 검사의 항소이유서는 달리 보고 있는데, 양자를 달리 볼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어느 쪽이든 법리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는 변호인단이 치밀한 판례연구를 통해 항소심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법리를 발굴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은 시장 측 변호인이 상고이유서에 '항소심의 일방적 양형 변경'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 치밀한 판례연구로

 2심 뒤집을 법리 발굴”

 

은 시장의 변호인단으로는 법무법인 원(대표변호사 윤기원·강금실)과 법무법인 지평(대표변호사 김지형)이 활약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검사의 항소장 기재 실수'가 아니라 검사의 항소를 잘못 해석해 일방적으로 양형을 변경한 '위법한 항소심 판결'에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이 검사의 항소 부분과 피고인의 항소 부분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항소를 일방적으로 잘못 해석해 항소심 심판대상을 벗어나 1심 판결의 양형을 아무런 근거없이 대폭 상향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은 검찰과 변호인이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토대로 법리적 쟁점을 판단하는데, 변호인이 항소심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라며 "대법원으로서는 변호인단이 이 같은 주장을 한 이상 기존 법리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변호인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리와 다른 판결을 내렸다면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손현수·왕성민 기자   boysoo·wang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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