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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협동조합원총회의 결의무효

- 서울고법 2020. 5. 29. 선고 2019나2021796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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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피고의 이 사건 결의(관리·운영비의 9% 인상안) 및 추인결의는 피고가 협동조합기본법상의 협동조합으로서 정관에 정해진 바에 따라 조합원들이 부담할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에 불과할 뿐이고 노인복지법, 집합건물관리법,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법령상의 관리주체로서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사건개요]

1. 피고 조합은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는 K회사의 부정 비리를 이유로 시행사를 몰아내고 일부 입주자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노인복지주택을 관리운영하면서 K의 사업을 폐지시켰으나 조합은 신고도 하지 못한 위법한 상태에서 시설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2. 조합은 2018년 2월 24일 조합원총회에서 그 소집공고에 안건으로 밝히지 않은 '관리·운영비 9% 인상안'을 상정하여 Y는 불공정한 운영비를 바로잡지 않고 인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대하였고 몇분이 이에 동조하였으나 아무런 토론도 없이 P가 박수로 찬성하자고 하여 10여명이 박수를 친 것을 결의가 성립된 것으로 꾸며 그 집행을 강행하였다. 

 

3. 이에 원고 J는 운영비의 인상결의는 절차상의 하자로 무효일 뿐아니라 이 사건 건물은 구분소유권을 가진 182세대의 주거시설과 상가 59개 및 제1종 근린시설 2개로 구성된 집합건물로서 피고조합이 이 건물의 노인복지시설의 운영권도 없이 관리비·운영비를 인상할 권한이 없으므로 그 결의는 당연히 무효라는 이유를 들어 총회결의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4. 이에 원심(서울남부지법 2019. 4. 12. 선고 2018가합108187 판결)은 이 사건 총회결의의 하자를 들어 원고의 주장이 이유있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이상 나머지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관리·운영비 등 9% 인상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5. 이에 피고 조합은 원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고 2019년 5월 17일 '2018년 2월 24일자 정기총회관리규약변경에 대한 추인(관리·운영비 등 9% 인상)을 안건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그 총회에서 추인을 받았으므로 9% 인상 결의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6. 이에 원고는 2019년 5월의 총회에서 이를 추인하였다고 하나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고(민법 제139조) 그 추인하는 총회 자체도 이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의 주장을 강압적으로 차단하고 적법한 표결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당연 무효'라고 항변하였다.


[평석]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는 서울고법 민사20부(김상우·송석봉·김유경 판사) 판결은 법리 또는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 까닭을 살핀다.

 

1. 원심판결 취소의 부당성
원심판결은 피고 조합원총회에서 2018년 2월 24일 관리·운영비 등 9% 인상결의를 다투는 원인과 결의절차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그 사유를 밝히고 무효를 확인하고 있다. 항소심에서 이를 취소하려면 적어도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여기서는 절차의 흠결도 문제지만 그 결의내용에 담긴 9% 인상안이 위법부당하다는 데 있다. 조합에서 징수하고 있는 시설운영에 소요되는 운영비는 입주자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행사인 K회사로부터 다음 표(1인 기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차등지급하도록 한 불합리한 운영비체계를 시정하지 않고 그대로 징수하다가 이를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안에 반대하여 다툼이 생긴 것이고 그것을 심화시킨 결의를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차등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불공정 거래를 용인하는 것으로 법리위반이라 할 수 있다.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않는데(민법 제139조) 이 판결에서 원심이 무효라고 판단한 결의가 추인의 대상인지도 따지지 않은 것은 법리위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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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리비와 운영비를 왜곡한 법리위배
이 사건 집합건물은 지하 3층, 지상 15층 연면적 8048평 규모의 건물로서 242명의 구분소유자의 사유재산이고 182세대의 주택과 상가 및 근린시설로 구성되어 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의한 의무관리대상건물이므로 전문주택관리사가 관리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건물의 시행사 K의 사업권이 폐지된 후에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조합이 정관규정에 의하여 노인복지시설을 관리·운영한다는 것은 위법이다. 그리고 100명 내외의 구분소유자와 세입자로 구성된 조합원총회에서 그 집합건물의 관리·운영비를 책정하여 결의할 권한도 없다(집합건물관리법 제14조 참조).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피고 조합원총회에서 관리·운영비의 9% 인상안을 결의 또는 추인하는 것은 그 결의 자체의 하자 뿐아니라 무권한자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법원이 이에 대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심리미진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사건 항소심은 '피고의 이 사건 결의(관리·운영비의 9% 인상안) 및 추인결의는 피고가 협동조합기본법상의 협동조합으로서 정관에 정해진 바에 따라 조합원들이 부담할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관리비와 운영비의 개념도 파악하지 못한 졸속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노인복지시설의 사업운영권을 가진 K회사는 노인복지시설의 운영과 집합건물의 관리를 위하여 입주자로부터 운영비와 관리비를 징수하여 왔고 운영비의 차등부과에 대하여는 꾸준히 이의가 제기되어 왔다. 피고조합은 시행사인 K 회사가 철수하고 그 사업권이 폐지된 후에도 '모범적인 노인복지시설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심신이 약한 노인들을 꾀어서 K사가 징수하여 오던 관리·운영비를 그대로 징수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총회에서 2018년 2월 24일 관리·운영비 등 9% 인상안을 제시하여 반대에 부딪치고 결의가 성립되지 않아 무효인 결의를 추인하였다는 이유로 항소한 사건에서 서울고법이 노인복지법 등의 규정에 따른 조합의 권한 유무는 따지지 않고 '조합원들이 부담할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판시했다. 이는 법리는 물론이고 건전한 상식에도 어긋난다. 왜냐하면 조합원이 부담할 운영관리비라 하더라도 조합원에 따라 차등부과하는 것은 형평의 관념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시설의 운영비와 집합건물의 관리비는 관리규약 등에 의하여 책정되고 사업비로 징수하는 것이지 조합의 운영관리비로 둔갑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판결에서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고 한 것은 원고 J가 조합원으로서 소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는 뜻인지 이해할 수 없으나 조합원은 조합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소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는 법리는 있을 수 없다. 


요컨대 이 사건 서울고법 판결은 노인복지시설의 운영실태는 물론 노인복지법, 공동주택관리법 등을 들어 무권한자에 의한 관리·운영비의 인상결의는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무시하고 게다가 총회결의의 하자를 들어 원심에서 승소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총회의 추인을 인정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한 것은 사회부패의 구조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억지를 부리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법원의 신뢰에 금 가게 한 잘못된 판례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다려 본다.

 

 

양승규 명예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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