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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 법’ 논란 속 ‘운전자 주의의무’ 쟁점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서 교통사고 가중처벌 ‘민식이 법’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내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하게 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법을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은 그동안 어린이 교통사고의 경우 일반 교통사고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주의의무'를 운전자에게 부과해왔는데 이 같은 기조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이 보호'라는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향후 스쿨존 사고에 대한 법원의 처벌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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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 주의의무' 주관적 요건 쟁점 =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과속단속카메라나 과속방지턱, 신호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총칭한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특정범죄가중법 규정으로,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제한속도인 시속 30㎞ 이상으로 운전하거나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주의의무)를 위반해 13세 미만인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낸 경우 △어린이가 사망하면 무기나 3년 이상의 징역형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정형이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건의 쟁점은 주관적 기준인 '운전자 주의의무'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속 30km이상 운전하다

13세 미만 어린이 상대 사고

 

◇ 법원, 어린이 교통사고 일반 사고에 비해 높은 주의의무 요구 = 법원은 현재 교통사고 사건에서 사고를 예측할 수 있는 '예견가능성'과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 상황'을 따져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에게 일반적인 평균보다 높은 주의의무를 요구한다.

 

교통사고 사건을 많이 다뤘던 판사들은 △눈, 비 등 날씨 △낮, 밤 여부 △등·하교 등 어린이 집중 보행시간 △전봇대, 불법 주정차 차량, 현수막 등 시야 장애물 △도로 구조상 사각지대 유무 등 스쿨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예견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다.

 

사망 땐 무기나 3년 이상 징역,

상해는 15년 이하 징역

 

한 판사는 "재판에서 운전자 주의의무를 따질 때 특수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는데,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평소보다 더 낮은 속도로 운행해야 하고 전방주시 등에서 더 높은 수준의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며 "교통사고는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하기 어렵지만 스쿨존 사고는 어린이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운전자 주의의무 책임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판례도 스쿨존 내 사고, 어린이 등 약자에 대한 사고의 경우 '신뢰의 원칙'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신뢰의 원칙'이란 '교통규칙을 준수하는 운전자는 다른 사람도 교통규칙을 준수할 것이라 신뢰하고, 다른 사람이 교통규칙을 위반하는 경우까지 예상해 방어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는 법리다.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 규칙준수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의 원칙이 배제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버스 운전자가 40m 전방 우측로변에 어린아이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음을 목격한 경우 자동차 운전자는 그 아이가 진행하는 버스 앞으로 느닷없이 튀어나올 수 있음을 예견하고 이에 대비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해 신뢰의 원칙을 배제한 바 있다(70도1336).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법정형 비슷

 비례원칙에 반해

 

◇ 재판 때 입법취지 고려… 철퇴 가능성 높아 = 여기에 법원은 입법자의 법 개정 취지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운전자에 요구해 철퇴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개정 특정범죄가중법의 입법취지를 "운전자는 교통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의 운전은 속도를 제한하고 전방을 주시하는 등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현행법상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가중처벌 필요성이 제기된다. 개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자동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하도록 해 어린이 안전보장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원,

개정취지 고려

더 높은 주의의무 요구 가능성 커

 

한 부장판사는 "개정된 법에 따라 판결을 내릴 때는 입법자의 취지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민식이법에 대한 찬반 여론은 차치하고, 판사는 입법자의 입법취지와 법 조항 문헌에 따라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으므로, 실제 재판에서는 지금보다 더 엄중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사건과 판례가 쌓이면 스쿨존 내 운전자 주의의무 기준이 정립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판사는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법원 판단이 너무 야박하고 엄격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개정법은 건전한 운전문화와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지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스쿨존 정지선에서는 꼭 일시정지하는 습관, 일반 도로보다 더 주위를 살피려는 노력,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올 때를 대비한 방어운전 등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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