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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법관, 총선 출마 선언에 법조계 '충격'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폭로' 이수진 부장판사
지난해 말 사의 표명, 7일자 수리… '민주당 입당' 밝혀
"사법부를 정치적 도구로"… 법관들 '부글부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의혹을 폭로했던 이수진(51·사법연수원 31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제21대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며 더불어민주당 행을 선언해 논란이 거세다. 법조계에서는 2017년 김형연(54·29기) 법제처장과 2019년 김영식(53·30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법관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에 입성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컸는데, 퇴직 법관도 아닌 현직 법관이 정치적 행보를 밝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총선 인재 영입 대상자로 거론된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대법원에 사직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표는 7일자로 수리됐으며, 이 부장판사는 6일 사법정책연구원에서 퇴임식을 갖고 법원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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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장판사는 "이 부장판사의 정치권 입성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의혹을 폭로한 현직 법관이라는 사실 때문"이라며 "퇴직 법관이 곧바로 청와대에 입성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들끓었는데, 현직 법관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사법부를 정치적 도구로 삼은 것으로 매우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부장판사는 인천지법·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이후 대전지법·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그는 2016~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민사심층연구조에서 재판연구관으로 일할 당시 강제징용 사건 판결이 지연된 의혹이 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한 고법판사는 "이 부장판사의 '판사도 다른 시민과 같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주장은 어떻게든 공정하고 독립적인 재판을 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다수 동료 판사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진보·보수를 떠나 국민은 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재판 권한을 부여한 것인데, 판사가 이를 외면하는 순간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는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관윤리강령 제7조는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법관은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임원이나 구성원이 되지 아니하며 선거운동 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활동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법리보다는 정치권을 의식한 판결을 내리는 이른바 '정치 판사'들이 속속 나타날 우려도 있다"며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현 시점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폭로하고 법원 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소속이던 판사가 정계에 입문하면, 법원에 외풍이 더 심하게 불어닥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오재성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정기회의에서 '퇴직법관의 공무담임 제한에 관한 의안'을 논의한 뒤 "법관이 퇴직 직후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공직에 취임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의결했다. 이를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도 국회 통과 직전 단계다. 김 처장의 청와대행 이후 국회에는 현직 판사의 청와대행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7건이나 발의됐다.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판사 퇴직 후 2년간 대통령비서실 직위 임용을 금지하는 한편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으로 퇴직 후 3년간 판사 임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해 국회 본회의로 넘겼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있다.

 

한 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나 법원조직법 개정 취지 모두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및 국민의 신뢰 저해 우려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현직 법관의 정계 진출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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