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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16다24284

'채권양도 금지 특약' 위반한 채권양도는 무효

채권관계에서 사적자치·계약자유의 원칙 위반
다만 선의의 제3자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
대법원 전합, 기존 입장 재확인… 원고일부승소 확정

민법상 '채권양도 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 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채권 관계에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한 판결로,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법 제449조 제2항은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회생절차 관리인인 A씨가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청구소송(2016다24284)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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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는 2009년 농협으로부터 광주 농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를 도급받으면서 '공사 이행 목적 외의 다른 목적으로 공사대금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채권양도 금지특약을 맺었다. 그런데 B사는 공사를 끝내지 못한 채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농협은 도급계약을 해제했다. B사는 부도 직후 하청업체들에게 공사대금 채권 일부를 양도했다.

이에 B사의 채무자이자 회생관리인인 A씨는 농협에 "B사에 미지급한 기성공사대금 중 3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농협은 "B사의 하청업체들이 공사대금채권 일부를 양수해 채권이 유효하게 양도됐다"고 맞섰다.

재판에서는 민법상 '채권양도 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가 무효인지, 유효인지가 쟁점이 됐다.

기존 판례와 다수설은 '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다만 특약을 모르고 채권을 양수한 '선의'의 제3자인 경우 예외적으로 유효'라는 '물권적 효력설'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B사가 하청업체들에게 채권을 양도한 것은 무효이므로, 농협은 A씨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반면 소수설인 '채권적 효력설'은 '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다만 양수인이 특약을 알면서도 채권을 양수한 '악의'의 양수인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양도금지특약을 한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하므로 이를 위반한 채권양도는 당연히 무효"라며 "다만 채무자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무효를 주장할 수 없는데, B사 채권 양수인인 하청업체들은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채권 관계에서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가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으므로 양도금지특약을 하면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제3자에게도 효력이 미친다"며 "이때 채권 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보는 것이 악의의 양수인과의 관계에서 법률관계를 보다 간명하게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 하더라도, 현행 민법 규정상 문언의 합리적 해석범위를 넘어 이를 인정할 순 없다"며 "채권양도가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국제규범이나 외국 입법례는 대부분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해석'이 아닌 '법 규정(입법)'으로 이를 규율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권순일·김재형·안철상·노정희 대법관은 "양도금지특약은 당사자만 구속하므로 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며 "다만 채무자는 악의의 양수인에게는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자본의 신속하고 원활한 순환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 채권양도는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기능과 가치가 확산되고, 사회경제적으로 채권거래의 규모와 빈도가 증가하면서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담보로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심은 "B사와 농협이 맺은 '채권양도 금지특약'에 반해 이뤄진 채권양도는 효력이 없다"며 "공사대금채권의 채권자는 여전히 B사"라고 밝혔다. 이어 "B사의 채권자들이 양도금지특약을 몰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이 쟁점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양창수(67·사법연수원 6기) 한양대 로스쿨 석좌교수(전 대법관)는 "채권양도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다수설과 판례를 쫓을 수 밖에 없다"며 "해당 조항에 관련된 법률이 많은데 판례만 바꿔서는 뒤따라야 할 이해조정이 불가능하므로, 법 개정 없이 판례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이 건전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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