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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서울고등법원 2018노2184

도난된 문화재 ‘환수’ 길 넓어지나

미필적으로나마 도난당한 사실 알고 있었다면
사들여 은닉한 불교문화재 몰수할 수 있다

도난당한 불교문화재들을 사들여 은닉한 전직 사립박물관장에게 항소심 법원이 유죄 선고와 함께 몰수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미필적으로라도 문화재가 도난된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사들여 은닉했다면 몰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조용현 부장판사)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사립박물관장 A씨에게 최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A씨가 사들여 보관해 온 불교문화재에 대한 몰수를 명령했다(2018노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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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부터 사립박물관을 운영해온 A씨는 수십년 동안 무허가 주택과 창고에 불교문화재 39점을 은닉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이들 문화재가 도난당한 문화재임을 알면서도 불법적으로 숨겼다며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의로 해당 문화재를 취득한 경우’로

볼 수 없어

 

앞서 1심은 "몰수는 기소된 범죄행위와 관련된 물건의 소유권을 박탈해 국고에 귀속시키는 처분으로서 다른 형에 부과해 과하는 형벌의 일종이므로 몰수의 요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가 부담한다"면서 "A씨에게 은닉 문화재를 몰수하는 형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A씨가 해당 문화재가 일반동산문화재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은닉했다는 점 뿐만 아니라 'A씨가 선의로 해당 문화재를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증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문화재에 대한 몰수는 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전직 사립박물관장에게 집유·몰수 선고

 

재판부는 "몰수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증거에 의해 인정돼야 함이 당연하지만 범죄구성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엄격한 증명이 필요 없고, 일응 인정될 수 있는 증거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 사건 문화재가 도난된 사실을 알면서 구입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문화재보호법 제92조 5항 단서 소정의 '선의로 해당 문화재를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몰수 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 피해자 측인 모 사찰을 대리한 안상돈(57·사법연수원 20기)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는 "그동안 법원은 도난된 문화재를 구입해 은닉한 문화재사범에 대해 장물인 점을 알고 취득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몰수 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판결은 이 같은 관행에서 벗어나 미필적으로나마 도난된 문화재인 사실을 인식하고 구입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몰수를 선고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번 판결은 도난 문화재 불법거래 차단은 물론 도난 문화재 회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 문화재 보호에 크게 기여하는 디딤돌 판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