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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헌법재판소 2018헌마1176

헌재 "사기 고의 부인할 땐 간접·정황사실 등 통해 고의 입증돼야"

병원 허위 보험청구, 환자가 몰랐다면 사기죄 인정 안돼
검찰 기소유예 처분 취소 결정…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

병원이 환자를 대신해 치료비에다 미용 시술 비용까지 포함해 보험금을 청구하고 환자는 이같은 사실을 모른 경우 검찰이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이 환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황상 사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헌재는 최근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8헌마1176)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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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6년 8월 어깨통증으로 B의원에 방문해 치료 목적의 도수치료와 미용 목적의 영양주사나 피부관리 등을 병행해 시술받았다. 경찰은 A씨가 실손보험 보장 범위 중 치료 목적으로 지급된 진료비가 아닌 미용시술 비용은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보험사에 마치 치료만 받은 것처럼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해 678만원을 지급받았다고 판단해 그를 입건했다. 하지만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고 불기소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 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이에 A씨는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B의원에서 도수치료 10회분씩 3회에 걸쳐 선결제한 뒤 실제로 도수치료를 받았고, 서비스로 미용시술을 제공받았을 뿐"이라며 "보험금 청구는 B의원에서 모두 대행했고, 실제로 치료받은 횟수와 금액에 맞게 보험금을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B의원은 도수치료와 미용시술을 병행한 뒤, 미용시술 부분을 도수치료에 포함해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근육 질환 도수치료를 받을 목적으로 의원을 방문했고, 미용시술을 환자 유치 서비스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병원이 보험금 청구를 전적으로 담당해 A씨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B의원과 공모해 보험금을 부풀려 청구했거나,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명시적·묵시적으로 동의해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이외에 사기죄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며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사기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사기의 고의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해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 등에 비춰 청구인에게 사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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