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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판사 10명중 6명 “고등부장 되면 차 안받고 재산공개”

서울고법 TF, 합의부구성 관련 설문조사… 84% 응답

서울고법 소속 고법판사 상당수가 내년 법관인사 때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고법판사들은 모두 고법부장판사로 보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관용차 제공 등 차관급 대우를 받지 않더라도 재산공개와 퇴임 후 대형로펌 재취업 제한 등의 의무는 이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차원에서 고법부장 승진제 완전 철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 작업이 국회에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고법판사들의 고육지책이자 자구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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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고법판사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19~26일 소속 고법판사를 대상으로 합의부 구성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고법판사 115명 가운데 96명이 응답해 84%의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현행 법원조직법 제27조는 고등법원에 '부(部)'를 두고, 부에는 부장판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부장판사는 그 부의 재판에서 재판장이 되며, 고등법원장의 지휘에 따라 그 부의 사무를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법부장판사가 아니면 고법 항소심 재판장이 될 수 없다. 


“일정조건 충족 땐

고법판사 모두 부장판사 보임을”

 

문제는 김 대법원장이 고법부장판사 승진 인사를 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김 대법원장은 고법부장판사 승진 인사가 법관을 승진에 길들이는 통로로 악용된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보낸 상태다. 하지만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동안 사직이나 전보로 고법부장판사 공석이 생겨 혼란이 생겼다. 그러자 대법원은 지난해 8월부터 고법판사를 '고법부장판사 직무대리'로 임명, 고법 재판장 업무를 맡게 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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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문에 참여한 서울고법 고법판사 96명 가운데 75명(78.13%)은 '내년 정기인사 때부터 고법판사에게 고등법원부의 재판장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어느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고법판사를 모두 고등부장으로 보임하는 방식'을 꼽았다. '합의부의 수와 고법부장(2019년, 직무대리중인 고법판사 포함)을 비교해 결원만큼 고법부장 직무대리로 보임하는 방식'을 택한 고법판사는 13명(13.54%)에 그쳤다. '합의부의 수와 고법부장 수를 비교해 결원만큼 고법부장으로 보임하는 방식'은 이보다 적은 5명(5.21%)에 불과했다.


퇴임 후 대형로펌 재취업 제한 등

의무이행 뜻 밝혀

 

'고법판사를 고법부장으로 보임하는 경우 그 고법부장은, 기존 고법부장이 법령에 따라 현재 부담하는 의무(재산공개와 취업제한)를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9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명(61.05%)이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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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고법판사는 "고법판사들이 법관인사 이원화와 관련된 의견을 수렴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차관급 대우를 받지 않아도 재산공개와 취업제한 등 의무는 부담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실질적으로는 선발식 고법부장 승진이 폐지됐음에도 그에 따른 법개정이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법부장 승진 폐지 이후

현재상황 타개 방안 기대

 

다른 고법판사는 "법 개정이 되지 않아 직무대리 방식으로 재판장 결원을 보충하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이는 비정상의 상시화와 다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또한 새로운 승진제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법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지난 10일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고법부장판사 승진 제도 완전 폐지'를 재천명했는데, 개정작업이 계속 난항을 거듭하면 결국 직무대리 발령이 계속될 수 밖에 없어 판사들 사이에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며 "대법원장의 의지는 알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는 구체적인 비전이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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