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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심판 국선대리인에 변호사는 빠졌다

사실상 변리사로 자격 제한… 9일부터 제도 시행

9일부터 특허심판 국선대리인 제도가 시행에 들어갔지만 출발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주무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허청이 특허심판 국선대리인의 자격을 사실상 변리사로만 제한해 변호사를 제외한 채 제도 시행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특허심판에서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기 힘든 청년창업자 등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시작부터 직역 갈등을 유발하고 국민의 자격사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행된 특허심판 국선대리인 제도에서 국선대리인 자격이 특허법과 변리사법에 따른 특허심판 대리인 자격자에게 사실상 한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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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렇다. 산자부는 지난 3월 '국선대리인은 변리사법 제5조 1항에 따라 등록된 변리사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운영규칙안'을 입법예고 했다. 특허청에 등록한 변리사만 국선대리인으로 지정하고, 변리사 자격을 갖고 있지만 변리사 등록을 하지 않은 변호사에게는 국선대리인 자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변호사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위헌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별도의 자격규정도 없어

시작부터 직역갈등 유발

 

9일 시행된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의 선임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는 별도의 국선대리인 자격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규칙은 대신 국선대리인 운영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특허심판원장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운영에 관한 규정' 훈령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장은 국선대리인 명부를 작성하고,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국선대리인 운영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국선대리인을 지정하게 된다.

 

자격조항 삭제에 대해 특허심판원 측은 "특허법 등에서 가능한 심판 대리인 중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는 국선대리인을 선발하는 것이 요체"라며 "법안심사과정에서 법제처 등과 협의한 결과 모법인 특허법과 변리사법에 특허심판 대리인 관련 규정이 있기 때문에 국선대리인 자격요건을 별도로 시행규칙에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제처는 "특허심판 대리인 자격은 변리사법에 이미 정하고 있으므로 규칙에 다시 규정하는 것은 중복규정"이라며 "특허청과 법무부의 협의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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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심판원은 최근 공문을 통해 대한변리사회에 국선대리인 추천을 요청하면서 자격요건으로 △변리사법 제15조에 근거한 심판·소송 교육 이수자 △변리사법 및 대한변리사회 회칙 위반 사항이 없는 자 등을 명시했다. 특허심판원은 대한변협에는 국선대리인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일반행정심판 국선대리인의 자격은 행정심판법 시행령 제16조의3이 △변호사법 제7조에 따라 등록한 변호사와 △공인노무사법 제5조에 따라 등록한 공인노무사 등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59조의2 역시 국세심판 국선대리인의 자격을 △변호사 △세무사 △세무사법 제20조의2에 따라 등록한 공인회계사 등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선대리인 자격 요건을 법령에 규정하지 않은 채 사실상 깜깜이식 운영을 통해 국선대리인 자격을 등록된 변리사로만 한정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 자격사 선택권 침해”

변호사들 강력 반발

 

한 변호사는 "변호사를 국선대리인 자격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것은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변호사로부터 조력을 받을 국민의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며 "변호사는 모두 변리사 자격을 갖고 있는데 특허청에 변리사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국민의 사법서비스 선택의 폭을 줄이는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변리사는 "현행법상 변호사 자격만으로는 특허심판 대리를 할 수 없다면 특허심판 국선대리도 못하는 것이 맞다"며 "특허심판 국선대리인으로 활동하려면 변호사도 변리사로 등록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특허심판원은 제도 시행의 취지에 맞게 "심판소송 경험이 있는 대리인 위주로 (국선대리인을) 모집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리인의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점, (특허심판 관련) 지재권 분야는 산업기술과 과학기술을 다루는 점, 지난 2016년 각계 논의를 거친 변리사법 개정을 통해 변호사도 특허출원·심판 관련 실무수습을 거쳐야만 변리사로 등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특허청에 등록된 변리사의 수는 총 9600여명이다. 2018년 한 해를 기준으로 한 번 이상 특허심판 대리를 한 (변리사법 제5조 1항에 따라 변리사로 등록된) 변호사 수는 1.3%인 163명이다. 


현재 모집된 특허심판 국선대리인(후보자)은 86명이고, 이 중 15%인 13명은 (변리사법 제5조 1항에 따라 변리사로 등록된)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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