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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10년 넘게 법무사에 ‘갑질’

‘담보부동산 하자발생시 손해보전’ 권원보험 가입

국내 대표적인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은행장 손태승)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법무사를 상대로 10여년째 부동산 권원보험 비용을 전가하고 보수를 후려치는 등 '갑질'을 하고 있다는 성토가 법무사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24일 본보가 입수한 우리은행의 '설정비용 확인서'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법무사에게 근저당권 설정 등기업무 등을 맡긴 뒤 업무수행 비용과 보수를 사후에 일괄지급하고 있는데, 이때 전체 금액에서 권원보험료를 원천징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원보험은 우리은행이 보험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보험료를 은행 측이 내야 하는 것인데도 계약당사자도 아닌 법무사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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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권원보험은 부동산 권리에 관한 하자 발생 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보험으로 소유권용과 근저당권자가 자신이 취득한 근저당권을 보호받기 위한 근저당권용으로 나뉜다. 지난 2001년 미국계 '퍼스트아메리칸권원보험사'가 처음 한국에 들여온 뒤, 국내 금융계와 보험업계에서도 앞다퉈 도입했다. 현재 근저당권용 권원보험을 시행하는 곳은 제1금융권 가운데는 우리은행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우리은행 A지점은 근저당권 설정업무를 맡긴 B법무사에게 보수를 주면서 약정 금액 중 35% 이상을 권원보험료 명목으로 떼고 나머지만 지급했다. 우리은행 C지점도 경매 관련 업무를 한 D법무사에게 보수와 비용을 지급하기에 앞서 권원보험료로 약 30%를 차감했다.


거래상 지위이용,

보험료 떠넘기고 보수에서 공제

 

이 같은 비용전가 관행은 암암리에 10여년간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못한 법무사업계는 우리은행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한편 실태조사를 거쳐 수백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4대 금융사에 해당하는 거대 은행이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법무사를 상대로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 의무 없는 일을 사실상 강요했다는 도덕적인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사 집단행동 돌입

수 백억대 손배청구 검토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리스크 관리와 원활한 업무를 위해 은행 차원에서 권원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며 "여러 영업점의 업무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은 대출모집인을 통해 대출이 실행되는 경우에만 (관련 업무를 맡은 법무사가) 권원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권원보험 가입료를 전가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법무사 수수료에서 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종류와 설정금액에 따라 누진료를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에 일부 법무사들이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업점 제약 없이 활동하는 협약법무사의 경우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므로 (권원보험에 대해서도) 자율계약에 해당한다"며 "법무사들의 지속적 요청으로 2007년 5월부터 영업점과 체결된 은행관리법무사 및 신규 협약법무사도 위임계약(권원보험)을 통해 업무가 가능토록 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법무사업계를 배려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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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각 영업점과 전속계약을 맺고 지점에 배속돼 업무를 맡는 '은행관리법무사'와 영업점에 전속되지 않고 위임계약을 통해 건별로 업무를 하는 '협약법무사'를 구분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은행관리법무사와 협약법무사를 합치면 2000여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전체 법무사 수가 6992명인 점을 감안하면 3명 중 1명 꼴로 우리은행 관련 업무를 맡았거나 협약을 맺고 있는 셈이다. 

 

유종희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부회장은 "우리은행의 권원보험료 대납 강제행위는 갑질을 넘어 불법행위를 의심케 할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 여타 갑질행위와는 차원이 다름에도 그동안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며 "법무사 회원 권익보호와 국민 재산권 보호를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정부가 공공기관 개혁과 갑질 척결을 약속하면서 그동안 숨죽였던 법무사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법무사로부터 다양한 공공기관 갑질행위를 수집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권원보험 위임 업무는 자율계약” 해명

 

법무사들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 등을 통해 부동산 권리 파악이 용이하기 때문에 미국식 권리보호 제도인 권원보험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사들은 또 대출 등 계약 구조상 자신들이 당사자가 아닌데도 비용을 부담해왔고, 우리은행이 이 같은 관행을 통해 10여년간 부당하게 이득을 취해왔음에도 문제를 제기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쉬쉬해왔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법무사는 "연대적 편성주의를 바탕으로 부동산 정보 판매업이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물적편성주의를 따르는 한국에서는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부동산 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물적편성주의에 따라 부동산 정보 대부분이 등기부등본 등 공적장부를 통해 공시되는 한국에서는 부동산 권원보험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무사도 "권원보험사에서 부동산 조사를 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전문성이 부족한 무자격자가 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수준"이라며 "국민의 권익보호가 아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은행과 내부 책임자가 면피를 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