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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서울고등법원 2018노2856

김기춘, '화이트 리스트 사건' 항소심도 징역 1년 6개월

서울고법 "전경련에 자금 요청도 대통령 비서실장 직무에 포함"
1심에서 무죄 선고됐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유죄 판단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가 기업들에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조용현 부장판사)는 1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조 전 수석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8노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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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김 전 실장 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이 비서실장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고 업무적인 형식과 외형을 갖췄다고 볼 수도 없어 직권남용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형량에 차이를 두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대통령 비서실 직제 제9조는 '대통령 비서실의 하부 조직과 그 분장 업무는 비서실장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정무수석실의 분장사무인 국정철학 확산이나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을 위한 직능단체와의 협력추진에는 전경련에 대한 특정 시민단체 지원 요청이 포함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전경련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은 김 전 실장을 정점으로 한 피고인들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한다"며 "이 과정에서 비서실이 '국정철학 확산'을 외부적 명분으로 내세웠고, 전경련 관계자들도 청와대가 요청하는 것으로 인식한 만큼 직무집행의 외형과 형식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들은 정치적 유불리에만 기초해 보수단체만을 선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청와대 입장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도구로 이용했다"며 "이는 사상의 자유와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전경련의 사적 자치, 의사결정의 자유와 함께 그 재산권까지 침해됐고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의 유착 관계로 보여 국민에게 깊은 불신을 안겼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을 가리켜 "보수단체 지원 행위의 시발점이고 기획자, 기안자로 볼 수 있다"며 "범행이 대통령 비서실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이상 그 체계를 만들고 하급자들에게 지시한 피고인의 책무는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조 전 수석에 대해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에게 보수단체 자금지원 내용을 인수인계받고 전경련이 자금지원 요구에 비협조적이고 꺼리고 있다는 상황을 충분히 알았음에도 2015년 자금지원 예상 단체를 보고받고 전경련과 협의가 됐는지 묻지 않고 그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서실장에게 나온 지시를 정무수석을 통해 실무 책임자에게 전달되고 집행될 때 중간 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정무수석이 이를 모르고 직접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범으로서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은 2014~2016년 전경련을 압박해 기업들을 통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 전 수석은 국정원에서 45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 등도 있다.

 

한편 이날 함께 기소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징역 1년,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강요·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또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 오도성 전 국민소통비서관에겐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전 정무수석)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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