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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대법원 2017후2819

실시허락을 받은 자도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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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이 2019. 2. 21. 선고 2017후281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상판결')로 “특허권의 실시권자도 실시 대상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그와 배치되는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77. 3. 22. 선고 76후7 판결,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후58 판결 등(이하 통칭하여 '구 판례')을 변경하였다.


2. 사실관계 및 당사자들의 주장과 쟁점

대상판결의 사건은 동영상 관련 표준특허풀에 포함된 여러 표준특허에 대해 표준화기구를 통해 실시 계약을 체결한 피고(표준특허에는 피고의 특허도 포함되어 있음)가 그 표준특허 중 원고의 특허[UHD 고화질 영상 압축을 위한 고효율비디오 부호화(HEVC) 기술에서 적용된 화면간 움직임 벡터 예측 기술, 이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으로서,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 모두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무효의 주된 이유는 원고가 우선권 주장을 함에 있어 자신의 '선출원'을 기초로 '모출원'을 하고 이후 그 '모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다시 '자출원'을 하고, 그 '자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분할출원'하면서 출원서에 '우선권 주장의 취지 및 선출원의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사건 특허발명의 '분할출원'이 구 특허법 제55조에 따라 '선출원'의 우선권 주장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특허법원 2015. 1. 29. 선고 2014허4715 판결 등), 이 사건 특허발명이 '선출원'보다 늦게 출원된 선행발명들과 비교되면서, 그 선행발명들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그 선행발명들로 인해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것이었다.

대상판결의 사건에서 특허권자인 원고는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실시권자이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을 하였다(원고는 특허심판원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하지 않았고, 특허법원에서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물론 원고는 특허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의 판단 시점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최초 모출원의 우선권 주장일, 즉 선출원의 출원일로 소급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하였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무효 판단의 기준 시점과 실질적인 이유는 본 해설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3. 종래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 판례에는 그간 실시권자는 무효심판 청구의 이해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과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는 입장이 상존하였다. 일부 대법원 판결에서는 실시권자이기만 하면 이해관계인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기도 하였지만, 대법원은 1980. 3. 25. 선고 79후78 판결에서 "실시권설정등록을 마쳤다 할지라도 그 사실만으로써 심판청구인이 그 등록의장이 무효임을 심판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상실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는 등, 1983년까지는 실시권자의 무효심판 청구인 적격에 대해 사안별로 달리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1984. 5. 29. 선고 82후30 판결에서 '실시권을 허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제품판매액의 일정 퍼센트에 해당하는 대가의 지급조건이 붙어 있어 실시권에 수반하는 의무이행을 하여야 한다면 실시권 허여 자체만으로 당사자간의 모든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으니 특허무효심판을 구할 이해관계가 있다'라고 판단한 이래 대상판결을 선고하기까지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처럼 실시허락 받은 자의 무효심판이익에 대해 대법원은 초기에는 소극적이었다가 점차 무효심판이익을 인정하는 경향으로 바뀌었고, 따라서 구 판례의 판단은 이미 1983년 이후부터 사실상 폐기된 법리였던 것이다.


4. 대법원의 명시적인 입장정리 없었음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로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그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할 수 있으나, 대법원의 판단 자체에서 그 이유를 찾자면 이는 "이해관계인"의 판단기준과 논리적으로 연관되어 보인다.

즉, 구 특허법(2013. 3. 22. 법률 제116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33조 제1항 전문은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 특허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현행 특허법 역시 위 규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이러한 특허법 조항에서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그간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란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어 그 피해를 받는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자도 포함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후1022 판결, 대법원 2009. 9. 10. 고 2007후4625 판결, 대법원 1984. 3. 27. 선고 81후59 판결, 대법원 1987. 7. 7. 선고 85후46 판결 등 참조)"라고 계속 판시하여 왔다.

이러한 판시에 따르면 그 논리일관성상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은 염려가 없는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실시권자"의 경우 허여기간 동안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결국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포함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라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그 결과 사실상 폐기된 법리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된 것이고, 대상판결의 원심인 특허법원에서도 특허권자인 원고가 실시권자인 피고의 청구인 적격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명확한 입장정리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을 통해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그 소멸에 관하여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사람도 포함된다."라고 판단하면서, 이해관계인 판단의 기준을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에서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꿨다.

그 결과 대법원은 논리일관성상 자연스럽게 변경된 이해관계인 판단기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라는 판시를 하면서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었다. 즉, '①특허권의 실시권자에게는 실시료 지급이나 실시 범위 등 여러 제한 사항이 부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실시권자는 무효심판을 통해 특허에 대한 무효심결을 받음으로써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②특허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그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그 특허권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함부로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으며, 무효심판을 청구하더라도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을 설정받지 않고 실시하고 싶은 사람이라도 우선 특허권자로부터 실시권을 설정받아 특허발명을 실시하고 그 무효 여부에 대한 다툼을 추후로 미루어 둘 수 있어 실시권을 설정받았다는 이유로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점'.

그리고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국적으로 대상판결 사건의 무효심판이익을 판단하였다.


6.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의 의의는 이해관계인에 대한 판단기준을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꾸고, 그 기준에 따라 "특허권의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 개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를 검토해서 이해관계인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상판결이 밝힌 2번째 이유를 보면 '당사자간에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무효심판청구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 역시 주목할 만 하다. 향후 특허권자와 실시권자간의 라이선스 또는 라이선스 이후의 과정에서 '부쟁의무' 관련 협의가 중요해 질 것이고, 이는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과 접점을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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