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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15다217287

대법원 "통상임금소송서 사측 신의칙 주장 엄격히 판단해야"

"회사 존립 위태롭게 할 정도 아니면 추가 법정수당 지급해야"
인천 시영운수 사건에서 사측 신의칙 주장 배척… 파기 환송

통상임금소송에서 사측의 신의칙 주장은 엄격히 판단해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통상임금에 근거한 근로자들의 추가 법정수당 요구가 회사의 존립이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정도가 아니라면 회사는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박모씨 등 근로자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2015다21728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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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근로자들의 주장이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사측의 신의칙 주장을 배척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법조계와 재계,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신의칙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면 현재 진행중인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등 같은 쟁점의 다른 사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 이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대법원이 두루뭉술한 관점만 제시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 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으므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씨 등이 청구한 법정수당은 약 4억원 정도로, 이는 시영운수 연간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며 "시영운수의 2013년 기준 이익잉여금만 하더라도 3억원을 초과하고 있어 법정수당 중 상당 부분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 등을 감안할 때 박씨 등의 청구가 경영상 위험을 초래하므로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박씨 등은 2013년 3월 단체협약에서 정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그에 따라 연장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회사가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면 예측하지 못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돼 신의칙에 반한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2015년 10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3년 4개월간 심리하고 최근 사건을 다시 소부인 민사2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소송에서 사용자가 한 신의칙 항변을 인용할 것인지에 관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의 판단 기준을 원칙적으로 유지한 것"이라며 "다만,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을 추가로 판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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