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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03감도66,1994감도61

'재범위험' 수사기록 만으로 판단은 잘못

대법원, 50대 상습사기범에 '보호감호' 원심파기

법원이 보호감호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제출한 기록과는 별도의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 보호감호 처분의 전제요건인 '재범의 위험성'을 신중하게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재범의 위험성'을 인정할 때 반드시 범죄심리학자나 정신과의사 등으로부터 정신상태 등에 대한 감정과 관찰을 거쳐야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94년도 대법원 판결(☞1994감도61)에 비해 범죄인 인권보호에 한발 진전된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변협을 비롯한 재야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의 보호감호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법무부가 이들 주장을 계기로 사회보호법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범죄예방을 위해 필요한 보호감호제를 폐지하지않더라도 현행법의 전향적 해석으로 범죄인의 인권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형사1부(주심 李揆弘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상습사기와 절도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철중개업자 정모씨(58)에 대한 상고심(2003감도66) 선고공판에서 보호감호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는 형기합산 3년1개월인 자로 최종형의 집행을 마치고 불과 4개월만에 또 다시 사기범행을 저질렀고, 이 사건 사기범죄가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처벌받은 범죄들과 동종·유사한 형태의 범죄여서 사기의 습벽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정씨가 50대 후반의 고령이어서 본 형기를 다 채우고 출소한 이후 재범을 할 위험성은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보이고,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악의적·지능적·전형적인 사기범이라고 범행의 악성을 극도로 높게 평가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씨에 대해 보호감호를 처할 정도의 재범의 위험성이 객관적으로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단순히 수사기관에서 조사한 수사기록상의 자료만을 참고로 할 것이 아니라 피감호청구인의 주관적 성향, 환경, 갱생·교화·개선가능성 등 재범의 위험성 여부를 심사함에 필요한 제반 사정에 관해 별도의 객관적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신중하게 심리를 한 다음 피감호청구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6천만원 사기범행이라고 하는 이 사안의 규모와 범행에 대한 비난가능성에 비해 본형기 2년에 보호감호까지 추가로 인용될 경우를 감안할 때 피감호청구인에게 미칠 불이익이 너무 커 가혹하다고 판단되므로 만연히 보호감호를 인용하는 것은 형벌, 사회보호처분상의 비례성의 원칙이 어긋날 우려가 있다"고 설시, 보호감호 처분에 처음으로 비례성의 원칙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무전취식이나 좀도둑, 소매치기 등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보호감호 선고는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철판매업자인 정씨는 지난해 3월 박모씨에게 "2천만원을 주면 고철을 보내주겠다"고 속여 돈을 송금받은 뒤 물건을 보내지 않는 등의 사기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과 보호감호를 선고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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