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판결기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66264

직원을 '마루타'로 삼은 새내기 의사

93935.jpg


의사가 새로 구입한 레이저 의료기계의 작동법을 익히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병원 직원을 상대로 이른바 '데모(Demo) 시술'을 했다가 부작용이 생겼다면 병원도 5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이원 부장판사)는 강남구에 있는 A성형외과 직원 정모(30·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림)씨가 원장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6가합566264)에서 "박씨는 1억7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박씨는 진료 영역 확장을 위해 모자이크 프락셀 레이저 기계(피부에 레이저를 조사해 세포의 재생을 촉진시키는 시술 기구)를 구입했다. 또 레이저 시술을 시행할 목적으로 의사 이모씨도 고용했다. 이씨는 2015년 2월 의학전문대학원 과정을 마친 후 박씨가 운영하는 A성형외과에 고용되기 전까지 다른 병원 피부과에 근무한 적은 있었지만, 피부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이씨는 같은 해 9월 병원 직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시험적으로 레이저 시술을 무료로 받을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A성형외과 홍보팀 소속 웹디자이너였던 정씨는 자원해 이씨로부터 얼굴에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시술 직후 36군데에서 움푹 파이고 진물이 흘러나오는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 정씨는 "이씨의 의료과실로 후유증이 발생했으므로 사용자인 박씨는 3억61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이씨는 해당 기계를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사용법을 미리 숙지하지 않은 채 판매업체 직원에게 세 번이나 전화로 문의하면서 시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기계가 별다른 이상 없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팔이나 다리 등 다른 신체 부위에 먼저 테스트를 해 보지도 않고, 흉터가 남을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얼굴에 곧바로 레이저 시술을 시행했다"며 "이씨가 레이저 시술 당시 기계를 잘못 조작해 강도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는 등 의료상 과실을 범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피용자의 이 같은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한 행위로 봐야 한다"면서 "당시 레이저 시술은 근무시간 종료 무렵 병원 내에서 이뤄졌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다른 직원이 이씨를 보조하기도 하는 등 외형상 객관적으로 박씨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므로 박씨는 이씨의 레이저 시술로 인해 정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정씨도 레이저 시술이 병원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별다른 비용 없이 시험적으로 시행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원장 박씨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