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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17도5977

"외국에서 이뤄진 미결구금… 국내 선고형 집행에 산입 안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미결구금에 대한 '형법 제7조 유추적용'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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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범죄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무죄 판결로 풀려난 사람이 국내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외국에서 이뤄진 미결구금은 국내 형집행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미결구금일수는 구속기소된 피고인이 재판 확정 전까지 구금된 일수를 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모(42)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2017도5977).

 

전씨는 2005년 필리핀에서 함께 관광가이드로 일하던 지모(당시 29)씨를 말다툼 끝에 살해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증인과 참고인 등이 재판에 나오지 않아 5년 뒤인 2010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후 세부에서 불법체류하던 전씨는 지난해 5월 자진 귀국했고, 검찰은 증인들의 새로운 진술을 받아내 그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1심은 지난해 11월 전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1심 판결 한달 뒤인 12월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에 대해 규정한 형법 제7조가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 5월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임의적 감면사유로 규정한 구 형법 제7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13헌바129)을 내린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자 전씨의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이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형법이 개정됐으므로 필리핀에서 구금된 기간도 형기에 산입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형법 제7조의 개정 과정에서는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처리만 논의됐고 '외국에서 발생한 미결구금'에 관한 논의는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형법 제7조의 명시적인 문언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개정된 형법 제7조는 외국에서 '형이 집행된 경우'에 적용되고 외국에서 '미결구금'된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전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개정 형법 제7조의 해석 및 적용과 관련해 처음으로 법리적 문제가 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 끝에 원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형법 제7조의 취지는 피고인이 외국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외국 판결은 우리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기판력도 없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을 감안해 피고인의 불이익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며 "여기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은 그 문언과 취지에 비춰볼 때 '외국 법원의 유죄판결에 의해 자유형이나 벌금형 등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제로 집행된 사람'을 말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결구금이 자유 박탈이라는 효과 면에서 형의 집행과 일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에서 형이 집행된 것이 아니라 단지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았을 뿐인 사람의 미결구금일수를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해 그가 국내에서 같은 행위로 인해 선고받는 형에 산입하여야 한다는 해석은 허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국내에서 처벌될 때 외국에서 미결구금된 사실은 작량감경 사유로 적용되고, 양형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참작되는 등 형을 감경하는 유리한 사유로 충분히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기까지의 미결구금은 해당 국가의 형사보상제도에 따라 그 구금 기간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받음으로써 구제받을 성질의 것에 불과하다"며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으로 피고인이 받는 신체적 자유 박탈에 따른 불이익의 양상과 정도가 국내에서의 미결구금이나 형의 집행과 그 효과 면에서 서로 같거나 유사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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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대해 고영한·김창석·조희대·김재형·조재연 대법관은 "형법 제7조는 국내외에서의 거듭되는 처벌로 인해 피고인이 받게 되는 불이익을 완화시키려는데에 입법취지가 있고, 미결구금도 자유 박탈이라는 효과면에서는 형의 집행과 유사성이 인정된다"며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석방되기까지 미결구금을 당한 사람에 대해서도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을 허용해 미결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에서 선고되는 형에 산입해줘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형법 제7조의 입법취지에 대한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고, 형법 제7조의 적용대상이 외국에서 실제로 징역형, 벌금형 등 형의 집행을 당한 사람에 한정된다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당한 미결구금은 국내 형벌권 행사와는 관련성이 부족하고, 무죄판결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이라는 다른 구제수단이 존재하며 미결구금 사실을 양형 단계에서 유리한 사유로 참작해 반영함으로써 피고인의 불이익을 충분히 구제해 줄수 있다는 제반사정을 이유로,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석방되기까지 미결구금을 당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을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하고 선언한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03553030487_143710.pdf)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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