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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서울고등법원 2016르20039 서울가정법원 2015드합30060 대법원 2013므568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보호와 배려

- 서울고등법원 2016르20039  이혼 등 - 
 
1. 사실관계
 
  A(원고)는 B(피고)와 혼인하여 세 자녀를 두었다. A는 C와 수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해오다가 1998년경 집을 나가 C와 동거하면서 그 후부터 지금까지 별거상태에 있다. 
 
  B는 혼인생활 중 토지와 건물이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재산을 증식하고 자녀들의 교육 및 뒷바라지를 하였다. A는 별거 후 자녀들의 결혼식에 B와 함께 참석한 것 이외에는 연락을 단절한 채 지냈고, 약 1억원 정도를 자녀들에게 학비 또는 혼인비용으로 주었다. A는 2000년경 B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판결을 받았고, 항소하였으나 항소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다. A는 2006년 하객들을 초대하여 C와 결혼식을 치렀다. 그리고 A는 2014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A는 2015년 B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서울가정법원 2015드합30060)은 2015년 12월 9일 A의 이혼청구는 인용하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A와 B가 모두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6르20039)은 2016년 6월 14일 원심을 파기하고, A의 이혼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 판결 요지
 
(1) 제1심
 
  원고와 피고가 서로 연락을 단절한 채 별거한 기간이 18년에 이르고 있고, 그 기간 동안 원·피고는 일체의 연락을 단절한 채 자녀의 결혼식과 같은 집안 행사에만 일시적, 형식적으로 참석하였던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 다만, 원고가 1992년경부터 C와 내연관계를 맺은 후 1998년 집을 나가 동거하는 등 부정행위를 한 잘못이 있으므로, 파탄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다만, 원고는 고령으로 최근 대장암이 발병하였음을 확인한 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점, 원고와 피고는 별거를 시작할 무렵 및 그 이후로 18년간 별다른 간섭 없이 각자 생활하여 온 점, 별거 이후 피고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소득을 취득하여 생계와 자녀들을 양육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점, 피고의 의사는 혼인관계의 회복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의 결과가 C에게 이득이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혼에 불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은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하여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2) 항소심(대상판결)
 
  혼인관계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피고는 종전 이혼소송에서부터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고, 자녀들도 이혼을 원하고 있지 않은 점,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자녀 3명을 양육하고 결혼을 시켰는데, 원고가 자녀들의 유학자금과 결혼자금을 일부 부담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아니한 점, 원고는 피고가 부동산의 임대소득으로 자녀들을 양육하고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가출한 후 피고를 상대로 위 부동산 중 2분의 1 지분에 대하여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부동산의 임대소득에 기초하여 자녀들을 양육하고 생활한 것을 두고 원고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피고와 자녀들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는 만 73세가 넘는 고령으로 원고와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거나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다거나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되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평석
 
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기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그 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대법원 2015.9.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이혼]이 선고됨으로서 일단 일응의 기준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위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에 따르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상대방 배우자 또한 혼인 계속 의사가 없거나, 이혼을 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제1심 판결은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가 혼인관계의 회복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점, 별거기간 동안 피고가 부동산의 사용수익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의 이혼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피고의 혼인계속 의사에 진정성이 있고, 원고가 그 이전에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지분이전소송을 제기한 점에 비추어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배려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보호와 배려
 
  이혼에 있어서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판례의 태도이다. 유책주의는 이러한 정의 관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유책주의가 도전 받는 것은 혼인을 강제할 수 없다고 하는 판결의 실효성의 문제, 그리고 애정의 문제를 정의로만 규율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의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의 보호와 배려'가 있었다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종전의 태도에 비하면 진일보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축출이혼'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탄주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기준은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파탄주의 법제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혼 배우자에 대한 사후부양제도 같은 것은 상대방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다만, 이혼을 전제로 할 것인가 여부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이혼과 관련해서 배우자, 그리고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의 문제가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으로 부각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이를 상쇄할 정도의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때 보호와 배려의 정도는 유책성의 정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로 상쇄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정이 남아 있지 않은 배우자에 대하여 정신적인 배려가 기대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결국 경제적인 지원과 자녀에 대한 도리와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대상 판결은 이에 대하여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유책성의 상쇄에 대하여는 향후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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