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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대법원 2010두5806 대법원 2001두10936 대법원 2010두5745 대법원 2001두1192

계획변경신청거부의 허용에 관한 문제점

정남철 교수(숙명여대 법학과)

Ⅰ. 사실관계
 
(1) 甲조합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X시 ○○구 임야 3만8728㎡ 외 3필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乙시장은 甲조합에게 도시계획시설의 해제신청권이 없음을 이유로 거부회신을 하였다.
(2) 이에 甲조합은 乙시장의 거부회신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제1심 판결을 인용하여 乙시장의 회신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같이 당해 도시계획시설결정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으로서는 도시시설계획의 입안권자 내지 결정권자에게 도시시설계획의 입안 내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 또한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Ⅲ. 평석
 
 
1. 문제의 소재
사회적 리스크(risk)를 줄이기 위한 행정계획의 특성상 계획의 '보장'이라는 측면과 계획의 '변경'이라는 측면이 늘 긴장·대립하고 있다. 전자의 문제는 계획보장청구권의 문제이고, 후자는 계획변경청구권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종래 국민에게는 원칙적으로 행정계획의 변경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바 있다. 즉 "도시계획과 같이 장기성·종합성이 요구되는 행정계획에 있어서 그 계획이 일단 확정된 후에 어떤 사정의 변동이 있다고 하여 지역주민에게 일일이 그 계획의 변경 또는 폐지를 청구할 권리를 인정해 줄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1192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판결에서 이러한 원칙에 대한 예외적 판결이 확대되고 있어, 다소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에 대한 법리적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2. 계획변경신청(청구)권의 허용 여부 
 
계획변경신청(청구)권의 허용 여부에 대하여 학설은 대립하고 있다. 위 판례와 같이 도시계획입안의 '제안'권이나 재판청구권의 보장 등을 이유로 계획변경신청권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유력하다. 즉 이러한 도시계획변경청구권을 허용하는 것은 계획행정청에 계획의 형성적 자유(소위 계획재량)를 보장한 계획의 법리에 모순되며, 이를 확대하는 경우에는 계획재량을 부당하게 제약하여 난개발을 허용할 우려도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이에 대한 상세는 졸고, '계획변경청구권의 법적 쟁점', 토지공법연구 제48집, 2010. 2, 49-68면 참조).
한편, 대법원은 계획변경청구권을 부인하면서도, 대상판결 이전에도 주민들의 도시계획입안제안권에 근거하여 예외를 허용한 바 있다. 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른 주민의 도시관리계획변경에 대한 입안의 거부행위가 관계 규정에 따라 법규상 신청권이 인정되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3두1806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도시관리계획 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의 납골시설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의 입안제안을 반려한 군수의 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두5745 판결). 
판례는 위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첫째, 변경신청거부가 사실상 수익처분의 거부에 해당하는 경우에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1두10936 판결). 즉 도시이용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당해 행정처분 자체를 거부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신청인에게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할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둘째, 도시계획결정의 지정해제 신청에 대한 거부회신의 경우에도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다. 즉 문화재보호구역 내에 있는 토지소유자 등으로서는 위 보호구역의 지정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고 판시하였다(위 2003두1806 판결). 이러한 입장은 완충녹지지정의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두5806 판결). 그 밖에 위 2010두5806 판결에서는 재판의 전제도 되지 아니한 장기미집행의 도시계획시설의 경우에 대해서도 이러한 예외의 법리를 적용하여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 
계획변경신청권의 예외적 법리를 공식화하여 이를 확대하는 판례의 입장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계획변경신청권을 인정하는 견해는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전제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으나, 이러한 법리를 인정하는 외국의 입법례는 거의 없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이러한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Stuer, Bau- und Fachplanungsrecht, 4. Aufl., 2009, Rn. 1173), 사업시행자가 사업계획안을 제출하는 경우에 그 계획의 확정을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우선 대상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해관계인을 포함한 주민은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제안권'만 가지고 있다(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6조 참조). 이러한 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을 제안 받은 자는 그 처리 결과를 제안자에게 알려야 하지만(동조 제2항), 이러한 제안권 자체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관리계획의 입안권을 제약하는 해석은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고권(計劃高權·Planungshoheit)을 중대하게 제약할 수도 있다. 도시계획의 '입안권'과 '결정권'은 계획행정청의 형성적 자유(Gestaltungsfreiheit)에 관한 것이다. 계획변경청구권에 상응하는 계획보장청구권도 일반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이에 대한 손해전보만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견해이다.
둘째, 계획의 '신청권'은 계획의 '청구권'과 구별되어야 한다. 특히 판례는 거부처분의 신청권, 즉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의 논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청권의 개념은 학계에서 '원고적격' 내지 '본안문제'와 혼동의 우려가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따라서 이러한 신청권을 근거로 계획변경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계획변경'신청'권의 용어도 엄밀한 의미에서 적절하지 않고, 이러한 용어에서 개인의 주관적 공권을 인정하기 어렵다.      
요컨대 위에서 설시된 예외에 관한 판례들의 입장은 구체적 타당성을 앞세운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예외의 법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위 완충녹지지정의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는 거부회신의 위법성을 판단하면서 '형량명령'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위 대법원 2010두5806 판결). 이러한 해석은 형량명령의 법리에 관한 오해이며, 법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3. 결론
 
계획변경신청권의 예외를 확대하여 인정하는 판례이론은 무리한 법리의 적용이며 모순이다.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판례의 논증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익적 논거나 행정계획의 법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고권 등에 비추어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계획변경청구권을 허용하는 것은 계획행정청의 형성적 자유나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고권을 중대하게 제약할 수 있다. 생각건대 쟁송제기기간이 도과하지 않는 한, 도시계획결정 그 자체를 다툴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계획변경의 문제는 실제 '불가쟁력'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다른 방식으로 권리구제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확정된 도시계획결정을 실행하지 않는 경우에 실효의 법리나 손실보상 등의 논거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점은 대상 판결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도시·군계획시설부지의 매수청구권(제47조), 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실효(제48조)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장기미집행의 도시계획시설에 대해서는 이러한 조항을 충분히 적용하여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할 수 있다. 독일의 Schmidt-Aßmann 교수는 "행정법의 개혁은 처음부터 행정법의 도그마틱(Dogmatik)"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Ders., Verwaltungsrechtliche Dogmatik, Tubingen 2013, S. 3). 이러한 행정법의 도그마틱은 대부분 '행정작용론' 내지 '행위형식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행정계획은 특수한 행정작용의 하나이다. 대법원은 동아시아의 국가 중에서 가장 진취적으로 행정계획의 법리를 수용하여 발전시켰고, 지금까지 상당한 이론적 발전을 거둔 바 있다. 향후 행정계획에 관한 보다 정치(精緻)하고 발전된 법리를 담은 대법원 판례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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