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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11구합20390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12157

오픈마켓 ‘쿠폰 할인액’, 에누리인가 판매장려금인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포함 싸고 하급심 판단 엇갈려


인터넷 오픈마켓 운영자가 뿌리는 할인쿠폰을 둘러싼 세금소송이 잇따르고 있지만 하급심에서 판결이 엇갈려 혼선을 빚고 있다. 법조계와 유통업계에서는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해 분쟁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은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 할인쿠폰을 예로 들면 이용자는 이 쿠폰을 써서 1000원이 정가인 상품을 900원에 살 수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은 입점한 판매자(판매회원)들이 올린 매출액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데 이 수수료를 10%로 가정하게 되면 이 경우 900원에 대한 수수료 90원을 받는 셈이다. 문제는 인터넷 오픈마켓이 이렇게 거둔 수수료 수익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어떻게 부과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터넷 오픈마켓들은 실제 수수료 수익이 90원이니 이를 표준으로 부가가치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할인 판매된 금액에 상관없이 정가인 1000원을 기준으로 한 수수료 수익인 100원을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다. 할인쿠폰에 따라 할인된 금액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에누리액이 아니라 과세 대상인 판매장려금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의 명확한 기준이 정립될 때까지 상당기간 동안은 관련 분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증대 위한 판매장려금'
'일정액 직접 공제한 에누리' 엇갈려
 
◇오픈마켓 할인쿠폰 부가세소송 잇따라= 국내 최대 오픈마켓 가운데 하나인 G마켓도 관련 소송중이다.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2003년부터 쿠폰 지급 등 각종 할인제도를 시행해왔다. 구매자들이 할인쿠폰을 통해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판매자들에게서는 할인판매된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2010년 감사원이 "쿠폰할인은 이베이코리아가 매출증대를 위해 부담하는 판매촉진비 성격이지 에누리액은 아니다"라며 역삼세무서에 감사결과를 통보했고 역삼세무서는 이에 따라 이베이코리아에 639억8200여만원의 부가가치세를 추가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이베이코리아는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해 455억3900여만원에 대해 부과 취소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금액도 모두 취소돼야 한다며 2011년 6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20개월 동안 심리한 끝에 이베이코리아의 손을 들어줬다(2011구합20390 등). 재판부는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 에누리액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당시 통상의 공급가액에서 일정액을 직접 공제하는 금액"이라며 "이베이코리아가 시행하는 쿠폰할인으로 판매회원이 상품판매 가격을 인하한 만큼 G마켓 서비스 이용료(수수료)를 공제한 것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세무서 측이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에서 이베이코리아가 승소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이 심리중이다.

반면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인터파크는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 7월 인터파크가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거부 취소소송(2013구합12157)에서 "인터파크와 판매자들이 과세기간 내내 할인 전 상품가격을 기준으로 판매 수수료를 계산한 후 그것을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으로 삼아 부가가치세를 신고하고 납부해 왔으며, 인터파크는 판매 수수료 중 할인쿠폰에 해당하는 금액을 판매촉진비로 회계처리 해 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정상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판매 수수료를 과세표준으로 삼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인터파크와 판매자들 사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매수수료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 합의 내용의 차이에 따라 부가가치세의 과세 표준이 달라진다고 해서 조세평등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인터파크가 항소함에 따라 서울고법이 다시 심리하고 있다.

운영자·판매자 간 '사전약정'과
'수수료 인하' 여부가 쟁점 될 듯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법무팀 관계자는 "대부분의 오픈마켓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부가가치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손 놓고 있을수만은 없지만 소송에 따른 부담감도 커 G마켓 등이 제기한 소송 결과를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보조금 소송과 비슷= 오픈마켓의 부가가치세 소송은 단말기 보조금 소송과 구조가 비슷한 측면이 많아 관련 판결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KT가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에 부과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라"며 전국 세무서 13곳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거부 취소소송(2013두1961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KT는 각 대리점과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납품받아 대리점에 제공했다. 대리점은 KT에서 단말기를 출고 가격에 공급받은 뒤 보조금 지원 요건이 되는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뺀 가격에 단말기를 할인 판매하고 대금을 KT에 다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KT는 2006~2009년 보조금까지 과세 표준에 포함시켜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가 이후 보조금이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세무당국에 초과 납부한 부가가치세 1145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세무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자 KT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대리점이 KT에 단말기 대금을 지급할 때 할인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도록 돼 있는 것은 일정한 조건에 따라 공급 당시의 단말기 가액에서 일정액을 직접 공제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부가가치세법상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에누리액에 해당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대리점은 보조금 지원 요건을 갖춘 가입자에게 단말기를 공급 당시의 공급가격으로 판매하되, 판매대금 중 일부에 대해 가입자로부터 KT에 대한 약정보조금 채권을 승계받는 방식으로 지급을 대신하고 있다"며 "KT는 대리점으로부터 단말기 공급가액에서 보조금 액수를 공제한 잔액이 아닌 공급가액 전액을 회수하고 있는 만큼 보조금을 단말기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되는 금액으로 볼 수도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사안마다 사실관계 조금씩 달라
입법으로 일률적 통제는 어려워"

그러나 2심 판결은 대법원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대법원은 "KT와 대리점 사이에 보조금만큼 할인 판매하는 조건으로 보조금 상당액을 감액해 결제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보조금은 에누리액에 해당돼 세금부과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 "쟁점은 사전약정과 수수료 인하"= 전문가들은 소송의 쟁점은 결국 '사전 약정'과 '수수료 인하'가 있었는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픈마켓 운영자와 판매자간에 사전 약정을 했고 수수료도 할인된 금액만큼 내고 받았다면 에누리액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세청 출신의 조세 전문가인 고성춘(52·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는 "오픈마켓 운영자와 판매자 양자간에 사전 약정이 있었고, 수수료도 할인 금액에 비례해 지급됐다면 에누리액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관련 사건들은 이처럼 '사전 약정'과 '수수료 인하'가 기준이 될 것이고 단말기 보조금 소송도 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은 대법원 판례가 5개 이상 축적되지 않으면 통상 동일 사안에 대해 예규에 따라 과세를 계속한다"며 "대법원 판례가 5개 이상 나오려면 1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관련 소송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소순무(65·사법연수원 10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개별적 사안마다 사실관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기업은 장사가 잘되게 하려고 여러 가지 마케팅 수단을 사용하는데 이를 입법이나 시행령으로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결국 대법원 판례가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방향이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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