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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예술품

[법조계 예술품] 김만근 화백作 '함께하기'

얼핏 보면 한사람… 자세히 보면 '하나된 두사람'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2층 협의이혼대기실에 들어서면 추상적이면서도 특이한 질감의 미술작품이 눈길을 끈다. 얼핏 보면 한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이 서로 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만근(58) 화백의 '함께하기(한지에 금박·100×110㎝·사진)'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1년 11만4284건이던 이혼 건수는 2012년 11만4316건, 2013년 11만5292건, 지난해 11만5889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혼 절차는 크게 협의 이혼과 이혼 소송으로 나뉜다. 지난 2007년 민법 개정으로 협의이혼을 하려는 부부는 자녀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의 이혼 안내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자녀가 없으면 1개월의 숙려기간이 지나야 이혼이 가능하게 됐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중 약 80%에 해당하는 9만3708쌍이 협의이혼을 선택했다. '함께 할 수 있기에 잃어버린 삶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의 이 작품은 심각한 갈등을 겪다가 협의이혼대기실이라는 무거운 공간에 들어선 이혼위기의 부부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주고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이른바 '치유적 사법'을 위한 것이다.

김 화백이 지금까지 일관되게 고집해 온 작품의 주제는 '함께하기'다.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것이 김 화백의 지론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잃어버린 삶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하루하루의 알맹이들이지만, 함께 할 수 있어서 그 허허로운 마음의 공간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화백의 작품은 간결하지만 화면의 조형성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화풍을 연구하고 시도해 더 좋은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화가의 사명'이라는 그는 동양화와 판화, 조각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작품 기법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 그는 표현재료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왔다. 우리 강산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자연석이나 흙을 곱게 빻고 갈아서 안료를 얻은 뒤 식물성 접착제를 섞어 표현재료로써 활용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한 끝에 약 12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석채 재료를 갖추게 됐다.

20여년 전부터 강원도 원주에 정착해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김 화백은 2003년 한국미술작가상을, 2008년에는 대한민국미술축전(MANIF)에서 우수작가상을 수상했다. 지난 1989년 초대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중국 상해, 호주 시드니 등을 넘나들며 수십 차례의 국내외 개인전을 열었다. 여러 권의 수필집과 시화집을 출간했을 만큼 문학적 조예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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