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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우리는 왜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하는가'

황규경 변호사(서울회)

"오토바이는 저~얼대로 타지 말아라. 뒷자리에는 더 타면 안돼. 오토바이는 사고가 나면 죽거나 아니면 병신되는 거야." 제가 열 살이나 됐을까 싶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반복적으로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보증서지 말라는 말씀도 여러 차례 강조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 부탁해도, 거절당하고 아무리 섭섭해 해도 보증은 서주지 마라.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못받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줄 수는 있어도 보증은 절대로 서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보증부탁을 거절하고 섭섭하다는 원망도 들으신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저희 가족은 안정적으로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고비에서 한 두번 꺽이고 나면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제게 '오토바이를 타지 말아라, 보증서지 말아라'는 말씀을 해주신 것도 인생에 한 두 번 찾아올 지도 모르는 그런 불행을 피하라는 의미셨을 겁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말씀하셨던 것을 저 또한 제 아들들에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니 제가 제 자식들에게 해줄 말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사기 당하지 말아라. 속지 말아라'입니다.

성공하려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가르침은 정말 많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성공하고 나서도 관리를 하지 못해서 쉽게 망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사기를 당해서 한번에 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사기를 당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미리 미리 왜 조심해야 하는 지 가르치면 자녀들이 사기를 당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과 재능 그리고 운만큼 누리며 살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변호사인 저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은 알려줄 수 없지만 사기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쓰다 보니 사기꾼의 수법은 수없이 많고, 그 많은 사기수법을 모두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참으로 각박하지만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기자인 친구는 '네 책의 야마(핵심)은 돈 빌려주지 말고,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더라'고 하는데, 사실 그것이 이 책이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사기방지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차 집단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사회나 관계에서 내키지 않고 가족들이 안다면 반대할 금전대여나 투자, 보증으로 인해 인생의 낭패를 보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돈은 은행에서 빌리는 것'이라거나 '친구나 친지의 돈으로 투자하고 사업실패의 위험을 친구나 친지가 부담하는 것'에서 벗어나자는 말을 반복하면서 '욕을 많이 먹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신의와 의리만 강조하면서 정작 현실적인 돈거래에 대해 전혀 가르쳐 오지 않았던 기성세대가 자신들은 물론이고 자식세대까지 사기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지 못했던 것 아닐까요?

너무나 부족한 글이지만 제 책이 읽는 분과 그 자녀들이 사기를 당하지 않는데 일조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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