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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주년 교정의 날'… 박지연 기자의 1일 교도관 체험기

운동장·작업실·목욕탕까지 함께… 수용자들의 그림자로

미국변호사
교도관들이 수용자들의 몸수색을 하는 모습을 본보 박지연(가운데) 기자가 지켜보고 있다. 교도관들은 도구장 점검을 마치면 수용자들이 몸에 도구를 숨기거나 편지를 교환하지는 않았는지 몸을 수색한다. 

눈길 머무는 곳마다 알록달록 꽃이 피었다. 건물 외벽에는 학이 날아다니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내부에는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등 유명 현대 작가의 판화 54점이 전시돼 있었다.

학교나 갤러리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하모니'의 실제 모델이자 전국 유일의 여자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 풍경이다. 26일 법무부의 '교도관 체험'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교도관 제복으로 갈아입고 입·출소 대기실로 들어서자 바깥 세상과 단절된 교도소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여기에는 전국 여성 수형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60여명이 수감돼 있다. 또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220여명의 교정공무원이 일하고 있다.

신참 교도관들보다 오랜 시간을 교도소에서 지낸 장기수들은 곁눈질만으로도 낯선 얼굴을 재빨리 알아보고 나름의 '신고식'을 했다. 빳빳하게 다린 셔츠에 넥타이와 '교도' 계급장, 검은색 바지에 허리띠와 점퍼까지 갖춰입었지만, 수용자들은 여느 교도관들과 다른 기자의 밤색 운동화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너는 누구냐'는 무언의 인사를 해왔다. 입소대기실에서 만난 김희정 교위가 "검정색 운동화를 신고 오라고 했지 않느냐"고 핀잔을 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걷고 감시하고 움직이고… 수시로 인원 점검
하루평균 3만보는 기본… 튼튼한 체력은 필수
수용자들 툭하면 싸움… 식판 뒤집어 씌우기도

교도관에게는 튼튼한 체력이 필수다. 하루 평균 3만보는 거뜬하게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도관의 일과는 오전 9시 공식 '출력점검(수용거실에서 교도작업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인원을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용자가 작업이나 운동, 목욕 등을 마치고 수용거실로 돌아오는 오후 6시 '폐방점검'에 이르기까지 계속 걷고 움직이며 감시하고 경계하는 일의 연속이다. 운동장과 작업실, 목욕탕 등 수용자들이 가는 곳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수시로 인원을 점검한다. 그 중에서도 운동장 계호는 가장 높은 긴장감이 요구되는 업무 중 하나다. 모든 수용자에게는 매일 30분~1시간의 운동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운동장 계호 순번이 된 교도관 3명이 9시간 동안 운동장을 지키며 경비를 선다. 특히 물류차량이나 공장 출력 차량이 교도소로 진입하며 교도소 문이 개방되는 시간에는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다. 종종 수감 전부터 갈등을 겪고 있던 수용자들의 운동시간이 겹치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전동드릴과 커터칼, 테이프커터기에서부터 바늘과 침핀에 이르기까지 작업에 사용되는 도구 수 백여개를 매일 확인하는 것 역시 교도관의 몫이다. 도구장 점검을 마치면 수용자들이 몸에 도구를 숨기거나 편지를 교환하지는 않았는지 몸을 수색한다(사진).

교도관들은 불규칙한 업무패턴 때문에 고된 업무에 지친 마음을 친구나 가족들과 나누기도 어렵다. 교도관들은 주간-야간-비번-격주휴무로 이어지는 4부 근무를 한다. 4일에 한 번씩 밤샘근무를 하는 교도관들은 생체리듬이 깨져 고생하곤 한다. 근무 시작과 함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점도 고충이다.

수용자들 간의 크고 작은 싸움도 잦다. "나는 원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며 왕년의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설거지 당번을 미루다 싸움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다. 때로는 교도관에게 화살이 날아오기도 한다. 배식에 대한 불만으로 소란을 피우는 수용자를 제압하고 증거를 남기기 위해 현장을 촬영하는 교도관에게 "밥 먹는 모습은 왜 찍냐"며 식판을 뒤집어 씌우기도 한다. 정신장애가 있는 수용자는 달려들어 교도관을 물기도 한다. 이날 아침에도 정신장애인이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30년차 교감 곽모 계장이 이 같은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준다. 곽 계장은 "수감자들이 교도관의 스타일을 봐 가며 행동한다"며 "수용자들이 무사히 수감생활을 끝내고 출소할 수 있도록 교도관도 그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안면장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3일 같은 6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의 말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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