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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예술품

[법조계 예술품] 故 이만익 화백 '위대한 새벽'

'주몽'이 말타고 달리는 역동적 장면… 고구려 기상 담아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면에 말을 탄 무리가 힘차게 내달리는 모습을 그린 대형 유화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국적인 소재를 특유의 화법으로 그려내 가장 한국적인 현대화가로 손꼽히는 고(故) 이만익 화백의 '위대한 새벽(캔버스에 유채·500×200㎝·사진)'이다.

이 작품은 고구려 시조인 주몽이 오이, 마리, 협부 등 세 친구와 함께 동부여를 탈출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1989년 서초동 법원·검찰청사 신축 당시 국내 유명 화가들의 작품으로 실내를 단장하면서 함께 제작됐다. 평면적인 화면과 굵직한 윤곽선 안에 화려하면서도 전통적인 원색을 사용해 한국적인 감성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선 주몽과 뒤를 따르는 무리가 활을 멘 채로 말을 타고 강과 산을 달리는 역동적인 장면은 호쾌함을 느끼게 한다. 그림 위 아래로 날고 있는 학 네 마리는 이들을 호위하는 듯 하다.

이 화백은 프랑스 유학 당시 '서양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고뇌를 한 이후 고향과 가족, 설화 등의 소재를 작품 속에 주로 담아 독자적인 그림 세계를 구축했다. 삼국유사 속의 다양한 설화들은 그가 가장 즐겨 그린 소재이자 주제였다. 특히 많은 건국신화 중 우리 역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꾸준하게 주인공으로 그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역동적으로 웅비하는 기상을 표현해 우리 국민들이 1970~80년대의 혼란기를 뛰어 넘어서길 바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화백은 생전 "우리만의 각별한 심성과 원류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우리의 한과 기원, 꿈을 작품에 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은 '사인(sign)이 없더라도 누구의 그림인지 알아차릴 수 있게 하겠다'는 그만의 화법으로 탄생했다. 그는 독특한 화풍과 특유의 한국적 감성으로 대중적인 인기와 미술계에서의 입지를 동시에 얻어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에서 미술감독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 중 뉴욕 브로드웨이에 처음으로 진출한 '명성황후'의 포스터도 그의 작품이다.

1938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경기중학교 3학년 때인 1953년 제2회 국전에 출품해 입선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가 중학생 신분으로 입선한 것이 논란이 되자 이후 국전 출품 자격에 '대학 3학년 이상'이라는 조항이 추가되기도 했다. 서울대 미대 3학년이 된 그가 국전에서 다시 특선을 차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대학 졸업 후 1966년부터 '여념', '하영', '시장일우' 등의 작품으로 국전에서 3년 연속 특선을 휩쓸었다. '한국적인 정체성의 확립'이란 업적을 남긴 그는 2012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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