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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계란 찜 아빠, 꼬막 남편'

탁경국 변호사 (법무법인 공존)

둘째가 출생한 날로부터 약 한 달 동안은 직장에서 무조건 칼 퇴근을 해야만 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하니 제대로 된 점심식사를 할 여유가 없었다. 집에 가서도 첫째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느라 역시 정신이 없었다. 이런 빡빡한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내가 그렇게 불가능해 보이는 생활을 계속해왔을 터였다. 그래서 가사 및 육아에 관한 한 고통분담을 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했더니 역시 백지장도 맞드니까 나았다.

한편, 많이 자고 많이 놀고 부모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할 연령대의 아이들이 일찍부터 너무 공부에 혹사당하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많이 자고 많이 놀게 해주고 부모와 대화할 계기를 많이 만들었더니 역시 아이들이 구김살이 없고 집 안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학원을 안 다니니까 학교 수업의 집중도도 만점이란다.

엄마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하니, 가정에 평화가 깃들고,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몸은 좀 고되지만 말이다. 이런게 '저녁이 있는 삶' 아니겠는가.

혼자만 즐겁게 살기 미안하여 시야를 우리 가정에서 사회로 넓혀보니 결국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바뀌고,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국민 다수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결론에는 쉽게 도달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바뀌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다만 분명하게 내린 결론은 우리가 현재 품고 있는 욕망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사회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에 뚱딴지 같이 내곡동 사저 특검 이야기를 소개한 이유는 생산적으로 일을 풀어가는 방식에 관한 한 가정과 사회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이른바 '적대적 공생관계' '맹목적 진영논리'로 인하여 생산적 논의가 차단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남편과 아내의 상반된 이해관계가 잘 조정되는 가정이 좋은 가정이 된다는 이치가 사회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여 넣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왕 책을 내게 된 김에 욕심을 부려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몇 가지도 버무려 넣었음도 밝혀 둔다.

아무쪼록 이 책이 홑벌이 시대의 잘못된 유물인 남성 우위 관념이 맞벌이 가정에서 사라져 '웃는 엄마'가 많아지는 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현재 국민들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인 사교육 거품이 사라지는 데도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근로시간이 단축되어 다수의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지무지하게 좋겠다. 그러한 사회는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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