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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조현욱 대한변협 일·가정양립위원장

"출산·육아휴직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해야"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조현욱(49·사법연수원 19기) 대한변호사협회 일·가정양립위원장을 23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달 말로 지난 2년간의 위원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그에게 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몸으로 겪고 있는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와 이에 맞물린 고용 불안 문제 등 일·가정의 양립의 어려움과 그 대안을 이야기 들었다. 법조인 부부인 그는 판사와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일하며 1남 1녀를 길러낸 '워킹맘'이다. 조 위원장은 "다른 사람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 싸우는 변호사들이 정작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자신들의 권익을 찾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많은 변호사들이 법에 명시된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일 밤 늦도록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다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근로 관행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포기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일입니다."

조현욱(49·사법연수원 19기) 대한변협 일·가정양립위원장은 "고용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이러한 현실을 모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살인적인 업무강도로 개인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업무관행을 고칠 의지가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3년 6월 일·가정양립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난 2년간 위원회를 이끈 조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변호사의 일과 가정 양립의 현실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함께 1000여명의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해 연구보고서를 펴내고, 일·가정양립 수기 모집 및 시상, 우수 로펌에 대한 법조문화상 시상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4000명 넘는 여성변호사들 출산·육아 문제 심각
'육아휴직은 곧 퇴직 ' 인식… 권리의식 자체 희박
우수한 인재들이 아예 결혼·출산 포기 현상까지

현재 전국의 여성변호사는 4000명을 넘었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변호사들은 임신,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고용불안정에 상대적으로 더욱 시달리고 있다. 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변호사들은 출산 후 51%만이 출산휴가를 사용했다고 응답했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는 7.3%로 매우 낮았다. 조 위원장은 "심층면접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주변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업계에서 육아휴직은 곧 퇴직으로 받아들여지다 보니 권리의식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위원장은 그러나 이러한 일·가정양립의 어려움은 비단 여성 변호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남녀 변호사 모두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변호사의 상당수가 매일 밤늦도록 일하고 심지어는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자면서 새벽까지 일하다 보니 불만이 쌓인 부인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폭발해 가정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남성 변호사들도 있습니다." 위원회가 지난달 청소년 문제와 부모·자녀 소통을 주제로 연 전문가 초청 강연회에는 여성변호사들보다 남성변호사들이 더 많이 참석하기도 했다.

"현재 변호사의 분포비율을 보면 30~40대 연령층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때는 업무적으로도 가장 열심히 일할 때이면서도 출산과 육아 부담을 가장 심각하게 느낄 시기죠. 대형로펌에서 근무하다가 사내변호사로 이직한 남녀 변호사들을 보면 대부분이 과도한 업무시간으로 인해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을 느껴 상대적으로 업무부담이 적은 사내변호사로 이직했다고 말합니다." 대형로펌에 근무하는 여성변호사의 경우 자녀를 돌볼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녀를 해외로 유학보내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일·가정 양립' 존중하는 조직문화 조성 가장 중요
로펌도 유연근무제·재택근무 등 도입 적극 나서야
가정이 행복해져야 업무능력·경쟁력도 더 높아져

부부가 모두 법조인인 조 위원장 역시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남편인 이태수(54·22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법률구조공단 변호사와 판사 생활에 이어 현재 법무법인 도움의 대표변호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 30~40대 시절을 되돌아보면 자녀들 양육과 업무 사이에서 단 한순간도 편하게 쉴 수 있었던 날이 없었다"고 했다. 특히 판사 재직 시절에는 밤 12시까지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날도 많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기 일쑤였다. "제가 거의 매일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니 저녁에 얼른 집에 가서 아이들 저녁식사를 챙겨주고 다시 사무실로 나오곤 했죠. 주말에는 아이를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 저는 일을 하고 아이는 옆에서 숙제를 하다가 함께 퇴근하곤 했어요. 애들이 어느정도 커서 초등학교 5~6학년이 됐을 때는 아예 집 근처에 고정 식당을 정해놓고 거기서 아이들이 식사를 해결하도록 하기도 했고요."


자녀들을 모두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보낸 이유에 대해서도 "일하는 엄마로서 업무와 자녀 뒷바라지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도저히 해결할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었다"고 했다. "부모가 일과 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느낄 때 가장 큰 피해자는 자녀들이죠. 저희 아이들도 어릴 때는 엄마가 일하는 것에 대해 늘 불만이 많았어요. 특히 제 아들은 '나는 일하는 여자랑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제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청소년기를 지낸 이후로는 엄마가 계속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조 위원장은 "과거에 비하면 법조계 내부 인식과 업무환경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법을 다루는 변호사 사회에서 법에 규정된 법정 제도조차 준수하지 않는 현실은 선배 변호사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주위에서 보면 여성변호사가 일을 꼼꼼하게 잘 한다고 만족해하다가도 정작 변호사가 출산을 앞두면 슬그머니 다른 이유를 들어 그만두게 하고 교체하는 경우도 봤어요. 취직만 돼도 고마워하는 어려운 변호사업계의 사정을 악용해 출산휴가를 보내는 대신 퇴직을 강요하고, 더 낮은 임금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젊은 변호사들을 착취하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그는 우선적으로 법에 규정된 근로계약서 작성, 출산·육아휴가 등을 눈치보지 않고 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각 법무법인의 일·가정양립지수를 측정해 우수 법인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과 변협 차원에서 출산·육아휴직시 대체할 수 있는 변호사 인력 풀을 구성해 필요할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유연근무제 도입, 재택근무제 활용과 변협 차원의 보육시설 운영 방안을 제안했다. 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혼 변호사들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희망 사항으로 △근무시간 단축 △연차휴가 보장 △탁아시설 확충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업무 성과에 별 영향이 없다면 로펌은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거나 소속 변호사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들과 상당수 중소기업들도 이미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현재 연령별 분포 30~40대 변호사 가장 많지만
지금껏 육아휴직 사용하는 변호사는 거의 없어
법정 제도조차 준수 못하는 현실 너무 안타까워

조 위원장은 이러한 제도적 개선 이외에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존중하는 조직문화 조성과 과중한 업무환경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가정양립을 위한 정책을 실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로펌의 안정을 가져오고 숙련된 인재를 잃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용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법률시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가정양립을 이상론으로 치부하는 분들이 많아요. 변호사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야근은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죠. 유능한 변호사들에게 잠시 배려를 해주면 이들이 이후에 일을 더 잘 할 수 있고, 소속 변호사들이 가정을 잘 유지하면서 행복한 가운데 일하면 업무능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는 우리 변호사업계의 여건상 문제점들을 단기간에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사회 구조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변호사들도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변호사들이 업무 속에서 보람을 찾고, 가정 속에서 평화와 행복을 누리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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