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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퇴임 대법관 개업 제한

강신업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장영수 교수(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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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대법관 출신들이 변호사 개업을 할 때 마다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돼 왔지만, 최근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개업 포기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하 협회장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청을 반려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후보자에 대해서도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포기각서를 받아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앞으로 개업을 제한할 수 있는 각종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차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서에는 흠결이 없다며 변협과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고질적 병폐로 거론 돼 온 전관예우 타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입장과 "법적 근거 없는 지나친 월권행위이자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찬·반 의견을 통해 퇴임 대법관의 개업 제한에 대한 쟁점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찬성) 강신업 변호사 (대한변호사 협회 공보이사)

2014년 현재 상고사건은 3만6100건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대법원은 사건 처리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불속행기각이라는 편법을 쓰고, 때문에 의뢰인들은 많은 돈을 들여 상고를 하고도 자칫 심리도 받아 보지 못한 채 기각을 당할 수 있다. 이것은 상고심 당사자에게 대단한 두려움이 된다. 때문에 그들은 적어도 심리불속행기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려 든다. 또 국민들은 불공정한 재판을 당할까 두려워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길 때 대법관 출신을 반드시 함께 선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결국 전관예우 관행과 국민들의 불공정재판에 대한 강박관념이 어우러져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넘치고, 배출되는 인원은 1년에 2명 정도에 불과하니 수임료는 부르는 게 값이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대법관들이 퇴임 후 개업을 하게 되면 국민과 사회에 폐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그들은 공익활동을 하기 위해 로펌에서 개업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로펌에 자리 잡은 전직 대법관은 로펌의 생리상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가령 법무법인 화우에서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이홍훈 전 대법관은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 상고심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 로펌에 들어가면서 사회공헌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형로펌에서 사회공헌"… 그대로 믿을 수 없는게 현실
'도장 값' 받고 사건에 이름… '직업의 자유' 보호 영역 밖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제한을 두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직업의 자유'에서 말하는 직업은 공공에 유해하지 아니한 경제적 소득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전직 대법관들이 소위 '도장 값'을 받고 사건에 이름을 올려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공공에 유해한 활동이기 때문에 직업의 자유 보호영역에 속하지도 않는다. 또 대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어야만 직업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가령 조무제 전 대법관이나 김영란 전 대법관처럼 대학으로 가서 후학을 양성할 수도 있고, 배기원 전 대법관처럼 무료상담과 같은 의미 있는 공익활동을 할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대법관의 개업을 막는 것이 법적 근거가 없는 무리한 처사라고들 한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 제17조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과 관련하여 법이 정한 등록의무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전직 대법관은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업제한대상자에 속하고 연간 외형거래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변호사법 제 40조가 정하는 법무법인 등은 위 법상 취업제한기관에 속할 뿐 아니라,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상고사건을 맡는다면 이는 퇴직 전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고, 또 대법관은 위 법상 기준인 5년보다 많은 6년간 대법원에 속하여 일한 것이므로, 결국 대법관은 공직자윤리법 상 3년간은 일정 규모 이상의 로펌에 취업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차한성 전 대법관이 대형로펌 소속으로 개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막은 대한변협의 조치는 공직자윤리법에 그 근거를 찾을 수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변호사 등록과 달리 개업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데 대한변협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행 변호사법 제15조와 대한변협 회칙 제37조는 변호사에 대해 개업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또 회칙 제40조의 4는 변호사의 신고가 있을 경우 대한변협이 이를 심사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 해석상 심사에 따라 반려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등록심사 단계에서 걸러져야 했을 무적격자의 변호사 활동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법관이 개업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전직 판검사들의 전관예우,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전관예우를 넘어 전관비리에 가까운 영업활동을 통해 많은 돈벌이를 하는 전직 대법관 변호사들을 더 이상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반대)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우리 국민들의 법조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요즘처럼 높은 적도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원인은 과거보다 법조비리의 양과 질이 심각해졌다는 점보다는 법조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더 차가워졌기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이러한 국민의 태도 변화가 대부분 법조계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 야기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해묵은 전관예우 논란이나 일부 판·검사들의 돌출행동, 변호사들 사이의 과도한 갈등은 법조인들에 대한 국민의 존중심을 크게 약화시켰다. 아무리 탈권위의 시대라고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존중은 법치의 중요한 기초의 하나이기 때문에 선진국들도 매우 중요시하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한변협이 앞장서서 법원에 대한 존중을 깨뜨리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전직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막고자 하는 취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전관예우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것이 고위법관출신 변호사이다 보니, 전직 대법관의 변호사활동을 막는 것이 전관예우 문제를 뿌리 뽑는 첩경이라 생각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최근 심각해진 변호사들 사이의 경쟁이 경력이 아닌 실력에서 판가름 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대한변협이 가로막고 나서는 것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 '직업의 자유' 라는 기본권 제한 
근본적 문제 입법 통해 해결… 실효성 있는 보완장치도 필요 

첫째, 변호사 개업의 제한에 관한 법적 근거의 미비가 문제된다. 변호사 개업의 제한은 직업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다. 그런데 이를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된다. 만일 대한변협이 아닌 정부에서 이런 제한을 가했을 경우에는 위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변협이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둘째, 이미 변호사활동을 하고 있는 전직 대법관들과의 평등 문제가 있다. 기존의 전직 대법관들은 계속 변호사활동을 할 수 있는데,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최근에 퇴직한 대법관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제한을 가하는 것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만일 이런 식으로 전직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다가 변협 회장단이 바뀌고, 또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면 그 때는 또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가?

셋째, 대법관이 아닌 고위직 법관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예컨대 전직 헌법재판관이나 전직 법원장 등에 대해서는 아무 제한이 없는 가운데 전직 대법관에 대해서만 제한을 가하는 것도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오로지 전직 대법관만 전관예우를 받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전직 대법관에 대해서만 이런 제한을 가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서울변회에서도 주장했듯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그리고 대법관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이나 헌법재판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입법의 형식을 갖추기만 한다고 제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앞서 지적한 형평성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보완장치가 함께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고위직 법관 등과는 달리 변호사 개업의 제한이라는 중요한 기본권의 제한이 가해지기 위해서는 '대법관을 역임한 사람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추상적인 요청만으로 충분치 않으며, 기본권의 제한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는 정도의 합리적인 보상 내지 예우가 필요한 것이다. 비록 전직 대통령과 전직 대법관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름의 참고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직 대법관 등에 대해 합당한 예우를 전제로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으며, 대다수 국민들이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변협처럼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게 되고, 대한변협뿐만 아니라 법조계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키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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