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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대형로펌서 사내변호사로 새 삶, IHCF 새 회장 조대환 변호사

"사내변호사는 햄릿이 아닌 솔로몬이 되어야"

국내·외 변호사 등 회원 1200여명을 둔 사내변호사단체인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의 새 회장으로 선출된 조대환(49·사법연수원 26기)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23일 서울 역삼동 메트라이프타워를 찾았다. 1층 로비에서 만난 조 변호사는 "평범한 사내변호사에 불과한데 인터뷰이가 될 자격이 되는지 걱정스럽다"며 멋쩍어 했다. '인터뷰가 잘 될 수 있을까' 살짝 긴장됐다. 하지만 19층 그의 사무실로 올라가는 동안 우려는 기대로 변했다. 복도에서 만나는 동료들이 조 변호사를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평범한 변호사가 아닌 세계적 보험회사 메트라이프(MetLife)의 준법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조대환 상무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 뉴욕의 거리를 거닐던 조대환(49·사법연수원 26기) 변호사는 거리를 밝히는 미국 기업들의 휘황찬란한 옥외 간판을 보고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세계를 주름잡는 초강대국 미국의 최대 도시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 잡은 글로벌 회사들에 묘한 매력과 흥분을 느꼈던 것이다. 2004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그 때의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전통적인 변호사의 모습이 아닌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결국 조 변호사는 이듬해인 2005년 12월 9년간의 로펌 변호사 생활을 접고 미국 최대 생명보험회사인 메트라이프에 입사해 법무compliance)팀 담당 임원이라는 직함으로 사내변호사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조 변호사가 메트라이프에 새 둥지를 튼 2005년만 해도 국내에서 사내변호사는 낯선 개념이었다. 고위 판·검사 출신 전관들이 퇴직 후 고문 형태로 기업에 몸 담는 일은 가끔 있었지만, 조 변호사처럼 순수 재야 변호사가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활동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전례가 없다보니 조 변호사와 같은 사내변호사에게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할지 망설이던 시절이었다. 조 변호사는 혼자 모든 걸 스스로 만들어 가야 했다. 
 

뉴욕서 미 최대기업의 화려한 간판에 매료
2005년 로펌서 메트라이프의 사내변호사로
달라진 환경 적응위해 동료와의 소통에 최선


로펌에 근무할 때 조 변호사의 일상은 사무실에 혼자 앉아 서류를 검토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고객과 상담하고 팀 동료들과 사건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업무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직장에서는 달랐다. "법무·준법팀의 특성상 매일 매일 다른 부서와 협의하고 토론했어요.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죠. 달라진 업무환경에 제가 적응해야 했죠."

조 변호사는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하다 '소통'이란 두 글자를 떠올렸다. '법조인' 이미지를 벗고 '동료'가 되는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동료 임원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어느 날 갑자기 그것도 처음부터 임원급으로 들어온 변호사가 준법감시를 한다며 자신의 부서 업무에 참견하니 달갑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법무·준법팀의 역할에 맞춰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업무들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부서원들을 얼러가며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업무도 많았어요." 부서 부하직원들과의 소통도 중요했다. "직급은 낮았지만 사내 경험은 저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죠. 10년차 변호사의 자존심만으로는 사내 업무를 습득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내의 모든 구성원들이 제 선배라는 생각으로 배웠습니다."

소통을 통해 조 변호사는 사내 부서원들 간의 의견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면 얼마든지 서로의 이견을 좁혀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상의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다른 변호사들과 경쟁해야 했던 로펌 시절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사내변호사는 다른 구성원과의 사이에서 정답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정답을 찾기 위해 '협업'해야 했다. "미국 유학시절 지냈던 아파트에 한인 유학생들이 많이 살았어요. 한인들끼리 자주 모여 어울렸는데 하루는 제가 근처 지하철역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며 알려주었죠. 하지만 의외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길이 '최선의 길'이라고 믿었지만, 모두들 자신만의 '최선의 길'이 따로 있었던 거죠. 결국 소통은 나와 다른 생각이 항상 존재한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인내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통해 내부관계를 돈독하게 쌓아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조 변호사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로펌 변호사 시절 고객에 대한 조 변호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참모'에 머물렀다. 고객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분석하고 평가해 제시해주면 그만이었다. 결정은 고객의 몫이다. 하지만 사내변호사의 역할은 달랐다. 매 순간 여러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 결정하는 일이 사내변호사의 숙명이었다. "로펌 변호사들 사이에는 고객에게 필요한 사람은 '외팔이 변호사'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이라는 어구를 자주 사용하는 로펌 변호사들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결국 사내변호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망설임으로 기회를 놓쳐버리는 햄릿이 아닌 선택이 필요한 때 지혜로운 결단을 바로 내릴 수 있는 솔로몬이어야 합니다."

로펌시절 변호사 역할은 어디까지 '참모 역할'
사내변호사 역할은 여러 방안 중 하나의 선택
선택은 결국 그 결정에 대한 책임까지도 져야

하지만 모든 '선택'은 '책임'을 수반한다. 로펌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조언자'로서의 역할이 몸에 밴 그는 '결정자'로서의 압박감을 견뎌야 했다. "서양 속담에 '삶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는 말이 있어요. 쓰디 쓴 '레몬'이 입안으로 들어오면 내뱉고 싶다는 압박감을 느끼죠. 하지만 레몬을 그대로 내뱉을 것이냐,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이냐의 선택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레모네이드를 만들기로 결심하니 여러 가지 방법들이 보이더군요. 사내변호사들이 딱딱한 문서에만 갇혀 있지 말고 나름대로의 취미나 정서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조금은 더 넓은 시야를 통해 용기있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글로벌 기업의 사내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해외활동을 경험한 것은 조 변호사에게 큰 자산이 됐다."홍콩지역본부에서 현지(Region) 업무를 담당하는 등 홍콩과 중국, 타이완, 일본 등 아시아지역의 여러 나라를 쉴 틈 없이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나라의 문화와 특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저에게 큰 자산이 됐죠. 특히 영어는 글로벌화된 경제나 법률시장개방을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사내변호사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간 경험했던 수 많은 레시피 공유하고 싶어
한국사내변호사회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 노력
상호 교류·협력 통한 동반 성장 방안도 구상

그렇게 9년이 흘러 조 변호사는 로펌 변호사로 지낸 시간과 같은 사내변호사로서의 내공을 갖게 됐다. 조 변호사는 자신이 걸어온 길의 흔적들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었다. 곧바로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12월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의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조 변호사는 사내변호사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로펌 변호사 9년, 사내 변호사 9년 동안 경험한 수많은 '레모네이드 레시피'를 동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박수와 환호로 화답해준 IHCF 회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회사의 한 직원이 저를 작은 거인으로 불러 한바탕 웃은 적도 있은데, 비록 작을지라도 내실이 탄탄한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는 많은 젊은 사내변호사들을 길러낼 수 있는 IHCF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내변호사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사내변호사회(회장 백승재)와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도 한국사내변호사회 부회장을 역임한 조 변호사가 IHCF와 한국사내변호사회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HCF와 한국사내변호사회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한쪽(IHCF)은 외국 변호사들이 주축이었고, 다른 한쪽(한국사내변호사회)은 국내 변호사들이 주축을 이뤘으니 묘한 긴장관계가 성립된 것으로도 여겨질 수 있었죠. 하지만 두 단체는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두 단체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안도 구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글=임순현 기자, 사진=백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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