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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절제의 형법학'

조국 교수(서울대 로스쿨)

이 책을 발간한 목적은 형법을 통하여 특정 도덕이나 사상을 강요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적 기본권을 제약·억압하는 것에 반대하기 위함이다. 인간의 본성, 사회의 변화를 외면한 채 과잉도덕화된 형법은 그 자체로 억압이다. 형법이 백화제방(百花齊放), 백가쟁명(百家爭鳴), 훤훤효효()를 막는 도구로 작동한다면 민주주의는 고사한다. 또한 범죄 예방과 범죄인에 대한 응보라는 이유로 사형 등 극단의 형벌을 동원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형벌만능주의, 중형·엄벌주의는 시민사회의 자율적 통제능력의 성장을 가로 막는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다른 관점은 '헌법적 형법' 사상이다. 형법의 해석과 집행에는 헌법정신이 관철되어야 한다. '헌법정신'은 전시 등 긴박한 국가위기가 아닌 평상시에는 '질서' 보다 '자유'와 '행복'을 중시하고 "의심스러울 때는 자유를 위하여"를 지향한다. 특히 진정한 '헌법정신'은 한국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나 헌법학계 다수설의 입장으로 고착되는 고정적·국내적 정신이 아니라, 국내법의 전향적 변화를 요청하는 국제인권법까지 포괄하려는 역동적·세계적 정신이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 형법 주제를 분석한 졸고 25편을 재구성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에서 나는 사형 및 존속살해죄 폐지를 주장하고, 낙태, 간통 및 군인간 합의동성애의 비범죄화를 주장한다. 그리고 공적 사안과 관련된 공인 대상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모욕의 비범죄화를 주장하고, 공직 선거과정에서 일부 허위가 포함된 합리적 비판을 처벌하는 판례를 비판하며,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에 있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의 채택을 주장한다. 또한 도덕적 보수주의 입장에 선 판례의 음란성 판단기준을 비판하고, '단순성매매'에 대한 금지주의와 형사처벌 중심 정책을 비판한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교원의 정치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률과 판례, 비폭력적 쟁의행위와 소비자불매운동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처벌하는 판례를 비판한다.

이상과 같은 주장에 대하여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의 형법 현실은 다른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다. 이 책은 새로운 균형 맞추기를 추구한다. 다루고 있는 주제 모두는 학술적 차원에서 논쟁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차원에서도 화염성(火焰性)이 강한 주제들이다. 학문적 비판 외에 반(反)지성·반학문적 공격도 예상된다. 그러나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준 조언, "남들이 뭐라 해도 넌 너의 길을 가라"(tu vai oltre, continua la tua strada)를 되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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