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증인' 무수혈 요구 환자, 수술중 사망했어도
"의료진이 위험성 충분히 설명… 환자 자기결정권 보장"
대법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의사에 무죄 확정
1. 환자의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는데,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핵심 쟁점은 ‘생명’이라는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를 일정한 조건 하에서 개인의 선택에 따라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대법원은 일정한 조건 하에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는데, 제시한 기준은 ① 자살 목적이 아닐 것, ②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것, ③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는 헌법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 등이다.
그런데 위 ①, ② 요건은 그 충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이고, 문제는 ③ 요건 충족 여부인데, 어디까지가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는 헌법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고 볼 것인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3. 결국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생명의 존엄에 비추어 그러한 가치는 최대한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와의 관계에 비추어 보아도 치료거부는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생명을 포기한다는 측면에서는 수혈거부와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무의미한연명치료의 중단’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적극적인 치료의 개시를 거부하여 상당한 생명연장을 적극적으로 포기하는 치료거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처럼 수혈거부가 보다 적극적인 생명 포기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허용요건은 ‘무의미한연명치료의 중단’의 그것보다 더욱 엄격해야 할 것이다.
4. 한편, 응급상황에서 신속한 대처를 해야 하는 의사가 대법원 판결이 제시하고 있는 요건을 하나하나 준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판시한 내용을 숙지한 후, 실제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가 발생한 경우 환자 본인의 각서를 받고, 그러한 결정이 진지하고 확고하다는 점을 사전에 철저히 확인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환자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므로 그러한 판단에 있어서는 의사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여 의사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