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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

유럽최고법원, 구글 상대 '잊혀질 권리' 첫 인정

"당사자 요청땐 정보 삭제해야" 판결
악용 가능성도 제기 정치·윤리적 논란 커질 듯

리걸에듀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European Court of Justice)가 인터넷에서 개인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과 관련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대중화되고 '지하철 ○○녀', '신상털기' 등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개인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 공간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논쟁 거리가 되고 있다. 학창 시절 치기어린 블로깅이 장래 취업의 문을 가로막을 수 있고, 술김에 쓴 트위터 한 줄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사망 이후의 온라인 게시글을 관리하는 디지털장의사와 사망 이전의 게시글도 관리해 주는 디지털세탁소도 성업 중이다.

ECJ는 13일(현지시각) 구글 사용자의 데이터 삭제 요구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ECJ는 스페인 법원이 의뢰한 이번 사건에서 "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은 검색에서 잊혀질 권리를 갖고 있다"며 "구글은 사용자가 시효가 지나고 부적절한 개인정보를 지워달라고 요구할 때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검색 결과 구글에 링크된 해당 웹페이지의 정보가 합법적인 경우에도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ECJ는 "이를 위해 구글은 사용자인 고객이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링크를 마련해야 한다"며 구글에 대해 고객이 개인정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별도의 창구를 마련할 것도 명령했다.

ECJ는 EU 대법원 격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글은 더 이상 소송 절차를 통해 다퉈볼 여지가 없어 이번 판결을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판결이 현실에서 적용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원본 정보를 삭제하더라도 이미 해당 정보가 다른 링크에 복사됐을 경우 완전 삭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범죄 기록이 있는 정치인이 자신의 기록을 지워달라고 요청한다면 이는 오히려 공익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구글은 "매우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번 판결로 유럽에서의 표현의 자유 문제가 정치·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09년 스페인 변호사인 마리오 코스테하가 낸 소송에서 출발했다. 코스테하 변호사는 당시 구글 검색엔진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빚 문제와 재산 강제 매각 내용의 1998년 신문 기사가 나타나자 '스페인 정보보호원'에 삭제를 요구했다. 그는 "이미 그 사건은 다 해결돼 나와는 상관이 없다"며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권리가 완전히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정보보호원은 코스테하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글에 해당 링크를 삭제하도록 요구했지만 구글은 관련 기사를 작성한 신문사와 협의한 뒤 "기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삭제 요청은 검열에 해당한다"면서 삭제를 거부했다.

사건은 스페인 법원에 넘겨졌고 스페인 법원은 ECJ에 이 사건에 대한 해석을 의뢰하면서 이번 판결이 나오게 됐다. EU 회원국 법원은 EU 관련 법률과 관련된 소송이 제기되면 회원국 법원의 엇갈린 판결을 예방하기 위해 ECJ에 선결적 판결을 의뢰해야 한다.

한편 이번 판결로 EU 집행위원회가 추진중인 정보보호 강화 법안도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에는 독립된 정보보호 기관을 설립하고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인 데이터 수집 및 처리시 사전동의 획득 의무를 강화하고 '잊혀질 권리'도 보장된다. 개인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에 대해 데이터 유출 방지 및 데이터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전 세계 매출의 2%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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