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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의 인문학적 상상력



꿈, 그리고 상상

내셔널 파크(National Park)와 스미소니언 박물관(Smithonian National Museum), 워싱턴 메모리얼(Washington Memorial)은 모두 필자가 워싱턴 D.C.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소들이다. 이 장소들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꿈도 여기서 나왔다. 우리는 꿈을 꾼다. 그리고 인류의 꿈은 늘 현실이 되었다. 줄 베른(Jules Verne)이 꾼 꿈은 '해저 2만리'(1870년)나 '달나라 여행'(1869년), '지구 속 여행'(1864년), '80일간의 세계 일주'(1873년) 등의 소설이 되었고, 그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현실이 되었다. 네모 선장의 노틸러스호는 실제 잠수함이 되었고, 이제 핵 잠수함까지도 등장하여 해저를 누비고 있다. 달나라 여행을 한 아폴로호는 작지만 큰 발자국을 달의 표면에 남겼고, 우리의 푸른 별 지구를 지구 밖에서 볼 수 있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보여준 세계 각 민족을 돌아보는 꿈은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고, 갑부들은 초호화 크루저를 타고 세계 일주를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비행기로 반나절이면 서울에서 미국을 갈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심리적으로 작은 지구 속에 살고 있다. 이처럼 인류의 진보는 꿈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고, 늘 꿈은 현실이 되었다.
최근 스냅챗(Snapchat)이라는 인터넷 기업이 페이스북(Facebook)의 30억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하였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페이스북은 이전에도 10억~20억 달러 정도 되는 금액에 인수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이 이 회사에 지급하겠다는 것은 주식이 아니라, 전액 현금이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슈피겔(Spiegel)과 바비 머피(Bobby Murphy)가 다른 창업자와 진행 중인 소송을 보면, 하버드대학을 무대로 한 2010년 작품인 영화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의 한 장면을 스탠포드 대학교 판으로 보는 것 같다. 귀여운 유령을 로고(logo)로 한 바로 이 회사가 가진 기술이 보고 난 뒤에 받은 사진이나 메시지가 곧바로 자동으로 파기되는 '번 애프터 리딩(Burn After Reading)'기능이다. 통상 다른 SNS(Social Network Service)들은 사용자가 10대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서비스는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서비스를 들으면 생각나는 것이 007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Misson Impossible)'에서 메시지를 읽고 나면 불타버리는 녹음기이다. 우리 영화 '베를린'에서도 불타는 휴대전화가 등장했다. 이런 영화 속의 내용들이 현실이 되고, 이런 꿈과 상상으로 우리가 인터넷상에 올린 파일들이 우리의 망각을 제한하는 소위 '잊혀질 권리'를 기술적으로 구현해주고 있다.

변호사들이여,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우고 꿈을 꾸자

어느 때부터인가 변호사들은 인문학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인문학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사안에 대한 통찰을 가지게 하는 좋은 수단이다. 사건을 볼 때 의뢰인이 하는 이야기의 뒤편을 추측하는 것은 경험도 있지만, 인문학적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래를 설계하고 법령을 입안하고 위험을 예방하는 일들에서 모두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이를 통한 상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법률가, 특히 형사변호사는 어쩌면 고고인류학자와 유사한 부류일 수 있다. 이미 일어난 화석(化石)을 통해서 그 당시의 일을 추측하고 퍼즐을 맞추는 일을 하고 있는 경우들이 그런 경우다. 형사변호사는 증거도 없이 꿈을 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증명도 가설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생각하여 보라. 가설을 생각하고, 이를 증명하여 나가는 것을 우리는 과학이라고 부른다. 가설은 과학의 출발이다. 그리고 가설은 상상에서 출발한다.
인문학적인 상상력은 변호사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 주장을 이해하려면 하드웨어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차이를 떠올리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열심히만 하는 변호사는 말하자면 산업화시대의 특징이다. 앞으로도 변호사도 열심히 일하는 성실성이 최고의 덕목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변호사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여지는 시대를 살 것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필요하다.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오라클(Oracle)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무한루프(Infinite Loop)를 도는 스미스(Smith)는 많아지기 때문이다. 학교를 통해서 무한히 많은 스미스들이 세상에 나오고, 이와 달리 생각하는 네오는 여전히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무한루프를 벗어나서 창의적인 새로운 시대를 보기 위해서는 우리는 매트릭스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매트릭스를 꿈 꿀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청년변호사들이여,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상상력을 키우고 꿈을 함께 꾸자. 우리 변호사들의 세계적인 경쟁력은 그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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