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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의 삶의 속도



안단테

안단테는 음악에서 악곡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이 단어의 어원은 이태리어의 '걷다'라는 뜻을 가진 andare의 현재분사로서, 그 의미는 '걸음걸이 정도의 빠르기로'의 뜻으로 '느리게'를 표현한다. 보통빠르기를 의미하는 모데라토 (moderato)보다 조금 느린 템포를 가리키며, 또 이 빠르기로 연주되는 곡을 뜻하기도 한다. 소나타나 교향곡의 느린악장인 2악장을 가리키기도 한다.
변호사의 삶의 속도를 표현하는 말로 안단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날은 사무실에서 숨을 쉬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 가지 일들을 저글링(juggling)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밀어내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다. 일을 처리하는 것에 있어서 충분히 생각을 하고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충분히 숙고하여 일을 처리하기 어려운 것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도 마찬가지이기는 했다. 상대적으로 공동 조 연구관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검토를 하였지만, 그 속도도 전속연구관에 비하여 시간을 가진다는 상대적인 의미일 뿐이었다. 그런데 변호사는 의뢰인의 요구라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하면 의뢰인은 자신이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이 늘 것을 생각하여 그런 아량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일 상한이 정해져 있다면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 되면 내부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으니 그 역시 곤란하다. 부득이 변호사는 시간을 아껴 쓰면서 제한적인 시간에 업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충실히 처리하여야 하는 요구를 받게 된다. 변호사의 삶의 속도에서 안단테는 바라는 속도이지 실제의 속도가 아닐 경우가 많다.

알레그로

변호사의 실제 삶은 나타내자면 변호사의 삶은 알레그로(Allegro)에 가깝다. 수주업의 성격을 띠는 변호사는 일이 없으면 없어서 몸과 마음이 분주해지고, 일이 많으면 많아서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마음의 평화를 가지기 어렵다. 음악에서 악곡의 빠르기를 지시하는 나타내는 말인 알레그로는 '빠르게'란 뜻으로 고전파의 소나타나 교향곡의 제1악장이나 4악장에 많이 쓰인다. 변호사들은 단순히 알레그로인 변호사도 있고, 알레그레토(allegretto)나 알레그로 모데라토(allegro moderato)와 같이 알레그로보다 조금 느리게 사는 변호사도 있고, 알레그리시모(allegrissimo)나 알레그로 디 몰토(allegro di molto)처럼 아주 빠르게 또는 될 수 있는 대로 빠르게 사는 변호사들도 있다. 매우 빠르게 삶을 알레그로 아사이(allegro assai)로 사는 변호사도 있고, 바쁘게 살면서도 늘 힘이 넘치는 알레그로 콘 브리오(allegro con brio)로 사는 변호사도 있다. 어느 경우나 다수의 변호사들은 빠르게 사는 것에서 나름에 생존의 느낌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1999년 '생각의 속도(Business @ the Speed of Thought: Succeeding in the Digital Economy)'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그로부터 1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 속에서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이전의 변호사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IT 기술의 도움으로 보고 있다. 필자가 1999년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에 연수를 갔을 때 보았던 워드 퍼펙트(Word Perfect)로 결과를 출력했던 West Law와 2003년 같은 학교에 유학생으로 사용했던 LexisNexis, 독일의 Beck-Online 등의 해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해외 법률정보를 안방에서 검색하고 결과를 의견서나 준비서면에 반영할 수 있다. 국내 법률정보도 우리나라의 LawnB와 같은 수준급 데이터베이스 등을 써서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가 많아진 만큼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처리하고, 이해하고, 이를 생각에 반영하여 의사결정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라르고

독일 마인츠에 있는 성당(Mainzer Dom)에서 미사를 드렸을 때, 그 성당에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의 음색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라틴어로 집전된 미사의 내용은 우리나라와 같은 내용일 것이라는 짐작을 할 뿐이지만, 그 음색은 천상의 소리였다고 생각한다.
우리 변호사들의 삶은 의뢰인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서 맞추어져 있으니 속도의 조절이 어렵다. 그러나 가능한 하루 중 일부라도 라르고(Largo)로 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말로는 '폭넓게, 느릿하게'라는 뜻인 라르고, 음악에서는 '아주 느리게' 그리고 '극히 표정 풍부히' 연주하라는 뜻인 라르고의 의미는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하고, 그를 통해서 의뢰인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하고 나은 조력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한 의사가 행복한 환자를 만들기 어려운 것처럼 변호사가 불행해서는 행복한 의뢰인을 만들기는 어렵다. 헨델의 라르고라고 불리는 오페라 '세르세' 중의 아리아 '그리운 나무그늘'(Ombra mai fu)을 들으면서 그 속도로 하루를 정리해 보길 권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