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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 그리고 멘토(mentor)



아버지의 하늘 정원

아버지는 화초를 가꾸고 기르는 것을 좋아하신다. 지금도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데, 아파트 베란다에 화초를 키우고 계신다. 어린 시절 살던 집 옥상에 아버지는 여러 가지 꽃과 풀을 키우셨다. 당장 먹을 수 있는 상추나 열매가 달리는 무엇인가를 심으면 실용적일 것인데, 아버지는 꽃을 키우곤 하셨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해바라기를 키웠던 기억이 난다. 화초를 키우시던 그 옥상은 아버지의 하늘 정원이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키운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무엇이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속 어딘가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학교에 교수로 있으면서 가장 큰 보람은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필자의 경우 로스쿨 1기 지도학생의 대다수가 이공계 출신이었다. 그 나머지도 외국어 전공이었다. 법을 처음 배우는 이들이 법에 입문하여 3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성장하여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보람된 일이었다. 아마 아버지가 하늘 정원에 키우셨던 그 화초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제자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무엇을 특별히 해 주어서가 아니라 성장하고, 졸업 후 변호사가 된 뒤에 좋은 소식이 있으면 내 일보다 더 반갑고 즐겁다. 나는 내 마음에 정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버지는 내게 삶의 멘토이다.

라이언 신부님

필자는 가톨릭 신자이다. 태어날 때부터는 아니다. 부모님은 모두 불교신자셨고, 기독교를 그다지 좋아하시는 것은 아니셨다. 개인적으로 어른이 되고 나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고 2003년에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2013년에는 정진석 추기경님으로부터 견진성사를 받았다. 견진을 받았으니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야지 다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일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석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외국에 있을 때도 미사에 가려고 노력은 한다. 미사 할 때 주보에 실린 글을 보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배우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강론을 들으면서도 뭔가 기여할 것을 생각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2003년 미국 유학을 가면서 가톨릭을 종교로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정착을 도와주셨던 분께 그 말씀을 드렸더니 마침 그 분이 뉴저지 포트리(fort lee)에 있는 성당을 다니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그 성당을 다니면서 라이언 신부님을 뵙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전체 교리를 통관하시면서 1대1로 예비자 교리를 해 주셨던 신부님은 필자를 마지막 학생으로 하고는 은퇴하셨다. 젊은 시절 바티칸 대공회에도 참석하신 촉망 받는 청년 신부님이셨다는데, 은퇴하신 신부님께서 챙기신 것은 작은 가방하나였다. 그 분이 가지신 성경과 오래된 LP판(교회음악이 담겨 있었다)을 내게 주셨다. 그리고 그 보다 더 큰 사랑을 주셨다. 지금도 같이 예비자 교리를 하던 아내에게 "Got it" 하고 물어보시던 신부님의 선한 미소가 생각난다. 그리고 지금은 일요일이면 아내와 필자, 아이들과 부모님까지 같이 미사에 참석한다. 라이언 신부님은 내게 종교적 멘토이다.

변호사에겐 멘토가 필요해

전 미국 국무장관이자 유력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고 하였다. 아프리카의 속담인 이 말은 힐러리 클린턴이 딸 첼시를 키우면서 자신의 학부모로서의 경험을 담아 낸 자신의 책에서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한 명의 비행기 조종사를 키우기 위해서 소요되는 예산이 수십 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아마 기종이 전투기인지, 일반 민항기인지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지만 엄청난 금액이 소요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돈만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조종사가 될 수 있는 체력과 지적 능력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 것이니 적절한 자원을 찾고, 시간을 두고 양성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명의 변호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교육기관도 필요하고, 대학교수도 필요하고, 좋은 책도 필요하고, 양성을 위한 예산도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한 사람의 제대로 된 변호사가 양성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멘토라고 생각한다. 경험으로 전수되는 변호사의 직업적 속성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 경험을 쌓도록 해주고, 실수를 교정하여 주고, 정신적인 흔들림을 잡아주고, 고뇌의 순간들에 후배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선배변호사, 그런 멘토가 필요하다. 바람이 불어오면 화초는 흔들리고, 날이 추워지거나 건조해지면 위험해지지만 아버지는 화초들을 변함없이 보살피셨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부모로서 정답을 찾기 어렵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돌보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내게 사랑의 씨앗을 심어주신 라이언 신부님을 생각하면서 성당을 간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멘토 변호사님들을 청년변호사와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들었다. 한 사람의 변호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법조계라는 마을과 멘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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