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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의 품격



변호사다움


변호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사회적으로 변호사가 어떤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변호사는 명성중개자(reputation intermediary)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법률사무의 처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쌓은 전문적인 식견과 고도의 윤리성, 공익성을 바탕으로 '변호사가 한 말이니 신뢰할 수 있다'는 명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변호사에게 공정하다는 의견서(fairness opinion)를 받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하자. 이러한 제도의 기저는 변호사는 자신의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이므로 그 사람이 의견을 공정하다고 내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냈다면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때 인기가 있었던 공중파 텔레비전의 프로그램 중에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할 것이다.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가수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프로그램의 제목은 어찌 보면 우습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제목은 정말 훌륭한 작명이라고 생각한다. 가수의 본질은 업(業)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훌륭한 가수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노래가 아니라 춤을 추면서 노래는 등한시하는 가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가수와 비가수의 구별이 모호해지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가수는 노래를 업(業)으로 하는 사람이다'고 선언한다. 업(業)의 정의에 맞추어서 노래를 정말 잘하는 사람들을 섭외하여, 그 중에서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을 경연을 통해서 가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말 가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기획자가 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영희 PD는 가수들에게,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국민들에게 정말 훌륭한 기획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의식을 하지 못했던 가수다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명성중개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공인회계사는 그 업(業)의 중핵이 감사(auditing)에 있다. 감사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합리적인 회계규칙에 따라서 회사가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하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업무가 제대로 잘 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시스템을 설계하여야 한다. '공인회계사가 감사한 보고서입니다'라는 문구는 그 자체가 사회적으로나,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한 신뢰를 준다. 그런데 공인회계사가 의뢰인에게 종속되어 감사(監査)가 아니라, 업무를 준 것에 대해 감사(感謝)를 하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변호사가 "나는 변호사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나는 변호사다

변호사다움은 변호사처럼 생각하고(think like a lawyer), 변호사처럼 행동하는 것(behave like a lawyer)으로 드러난다. 로스쿨이 변호사 양성기관으로 할 일은 이 2가지를 가르치는 것에 있다. 법조는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는 전통을 통해서 다음 세대에 '변호사처럼 생각하기'와 '변호사처럼 행동하기'를 가르쳐야 한다. 시중에서 일반인들이 논리적인 근거나 경험적인 근거 없이 무단히 하는 주장들을 법리적으로 포섭하여 헌법을 중심으로 한 제도에 정합하고, 이를 통하여 사회의 제반현상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경도된 사고에 의해서 사회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막고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 사회적 효율성이 증대되는 제도를 제안하고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 변호사다움의 요체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삶 속에서 행동으로 구현하는 변호사야말로 진정한 변호사라 하겠다. 허울만 변호사가 아닌 변호사다운 변호사가 많아지는 것이 우리 사회가 창조적, 선진적 기반을 갖춰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토양이 된다.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의 버나드 블랙 교수가 한국 금융의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명성중개자로서 변호사의 기능과 민사 및 형사소송제도의 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보고 공감이 가는 바가 많았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꿈꿔 왔다. 그 방안으로 인천에 금융콤플렉스를 만들고, 세계적 금융기관들을 유치하며, 금융전문대학원을 설립하여 다수의 전문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혹시 국제적인 금융전문변호사의 양성도 같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금융선진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건물의 부족, 외국계 금융회사의 부족 탓만은 아닐 것이다. 금융을 국제화, 선진화 시키려면 전문변호사도 당연히 필요하다. 전문성과 윤리성, 공익성을 갖추고 "나는 변호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변호사의 양성은 금융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이뤄내야 하는 국가적 과제다. 변호사는 양(量)이 아니라 질(質)이 핵심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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