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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awketer다

[나는 Lawketer다] 실수는 오히려 기회다

조우성 변호사(법무법인 한중)

후배 변호사가 머뭇거리면서 내 방으로 들어온다. 나는 초긴장.

"무슨 일… 인지?"

몇 달 전 고문계약을 체결한 중소기업 A사.

지속적으로 다양한 업무를 받아서 처리하고 있는데, 후배 변호사가 체크할 사항을 하나 놓쳤고, 그것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의뢰인이 상당히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 사항은 최고경영자(CEO)가 관심을 갖는 부분이었는데, 후배 변호사는 자신의 판단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간과했다고 한다.

그 일로 A사 법무담당자 역시 CEO에게 혼이 났다는 것이다.

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면 '의뢰인이 컴플레인을 해 옵니다'는 말처럼 가슴 철렁해지는 말도 드물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어디론가 숨고 싶고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물론 그리 될 리가 없지만.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적극적으로 처리해야지 그냥 덮어둬서는 안 된다. 후배의 실수는 어차피 나의 실수.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다.

일단 나는 곧바로 실무 담당자인 총무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총무과장은 대놓고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 앙금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문제를 소홀히 처리한 점에 대해 우리측의 실수가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아울러 "이 일로 인해 과장님이 많이 곤경에 처하셨죠? 제가 대표님께 직접 전화드려서 이 문제는 과장님 때문이 아닌 저희 쪽 잘못임을 분명히 밝히겠습니다"라고 설명했더니 "아… 뭐 꼭 그러실 것까진 없지만…"이라고 하면서도 내심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A사 CEO에게 전화를 했다. CEO는 총무과장보다는 좀 더 격하게 컴플레인을 해왔다. 나는 '인정 - 사과 - 재발 방지 약속'이라는 3단계로 대화를 진행했다. A사 담당자의 실수라기보다는 우리 쪽 실수임을 강조했다. 10분쯤 통화를 했는데, 어느 정도 수긍이 된 상태에서 통화를 마칠 수 있었다.

이어, 짤막한 나의 손편지를 동봉한 꽃 바구니 하나를 CEO에게 발송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A사 CEO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 예전에 다른 법률사무소와 일을 처리할 때도 변호사가 실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계속 발뺌하는 바람에 더 감정이 악화됐었다.
- 그런데 이번에 당신이 컴플레인 처리를 하는 것을 보고는 정말 비교가 됐다.
- 그리고 이런 식으로 갈등을 처리하는 변호사라면, 다른 소송이나 협상 과정에서도 유연성과 민첩성을 발휘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됐다.
-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렇게 인사까지 해 주는 의뢰인에게 나 역시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몇 달 후 그 의뢰인은 다른 의뢰인을 내게 소개시켜 주었다.

인간관계에서 '약간의 실수'는 오히려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에게까지 독하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 실수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나의 진정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실수는 또 하나의 기회'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