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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공감 지음)

염형국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2003년 여름이었다. 사법연수원 2년차이던 나는 공익변호사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몰랐었고, 매번 연수원에 특강을 오셨던 박원순 변호사님(현 서울시장,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께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박 변호사님은 바로 만나자고 답신을 보내주셨고, 그해 어느 무더운 여름날 북촌 한옥마을 근처에 있던 아름다운재단을 찾아갔다. 멋진 소나무 길을 따라 한옥과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고, 이런 데세 일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었던 기억이 난다. 박 변호사님은 몇가지 질문을 내게 하시더니 대뜸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해보겠어요?" 하고 물으셨고, 난 더 생각해보지도 않고 바로 그러겠다고 대답하였다. 그해 12월 사법연수원에 변호사 채용공고를 내서 3명의 변호사를 더 채용하였고, 그 이듬해 1월 아름다운재단 베란다에서 변호사 4명이 일을 시작한 것이 공감의 출발이었다.

'공감'은 국내 처음으로 등장한 비영리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지 않고 영리 활동도 전혀 하지 않으며, 100퍼센트 기부회원의 기부로 운영된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의 전업 공익변호사단체인 '공감'이 10년간의 활동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였다. 공감의 첫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로펌을 자처하며 법의 문턱을 낮추고, 법을 무기로 인권의 경계를 확장시켜 온 지난 10년 활동을 담았다. 그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뜨겁게 연대하고 치열하게 싸웠던, 때론 뭉클하고 안타까웠던 순간들을 이 책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

책의 1부 '소외된 사람들의 로펌을 만들다'에서는, 출발에 얽힌 이야기부터 활동 영역과 운영 방식, 지향하는 가치, 공감이 일군 성과 등에 이르기까지, 공감이 대체 무얼 하는 곳인지 를 소개하였다. 2부 '인권, 소리 없는 아우성'에선 공감이 주로 다루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베트남 신부 쇼핑, 인권은 옵션), 장애인(장애인이 사라진 세상, 당신의 삶은 더 나아졌나요?), 이주노동자(우리는 노동자다, 노예가 아니다), 성소수자(우리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중고령 여성노동자(우리의 엄마들에게 밥과 장미를), 난민(체류는 합법, 그러나 취업은 불법), 주거취약계층(집이 무너지면 삶도 무너진다) 등 총 일곱 개 영역의 인권문제를 에피소드와 함께 다루었다. 마지막 3부 '블루오션을 항해하는 변호사들'에서는 공감 변호사들이 공익변호사로 사는 삶의 가치와 생각,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히 적었다.

공감이 미력하나마 우리 사회의 인권 향상을 위해 기여한 바가 있다면, 이는 오롯이 함께해 준 많은 사람들 덕분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써 온 모두와 변함없이 이 길을 걷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그 길에서 만나고 싶다. 공감의 '희망을 위한 변론'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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