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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noblesse)

노블레스(noblesse)는 귀족 또는 높은 사회적 신분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의 귀족은 신흥귀족이다. 로마사회는 기본적으로 가문 중심의 족벌제로서 혈통을 중시한 사회이다. 카이사르도 율리우스 가문이라는 저명가문의 일원이다. 로마가 원로원을 두면서도, 민회를 두어 양자를 분리한 것처럼, 영국도 귀족원인 상원을 두고, 하원과 분리한 것은 이런 전통에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 분리, 일본의 중의원과 참의원의 분리와 같은 이러한 전통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도 참 오랜 기간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영국은 최근 대법원을 창설하기 전까지 귀족원인 상원이 대법원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로마의 가장 먼 변방이었고, 하드리아누스 장벽이 포기되는 후기 로마의 방어선 밖으로 나간 영국은 가장 오랜 시간 로마의 전통을 이어오는 국가가 아닐까 싶다. 영국인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 1723-1792)이 '로마제국흥망사'를 쓴 것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문 중심으로 운영되던 로마가 신분제의 변화를 겪게 된다.(장군 출신들이 황제를 암살하고, 수시로 황제가 바뀐 후기 로마는 논외로 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로마에 혈통에 의한 귀족이 여전히 중심을 이루지만, 실력에 의한 귀족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자유노예가 수행했던 교사와 같은 직업들이 일정한 사회적인 신분을 부여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사회의 지배층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흥세력으로 사회지도층의 지위에 이른 대표적인 경우가 키케로이다. 그리고 그는 변호사였다.

서양세계에서의 변호사 계급의 성장

원래 서양세계 변호사는 그리스나 로마 모두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변론을 해주는 자(orators)에서 유래되었다. 로마는 이러한 그룹이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서 하나의 직업으로 성장하도록 한다. 동양세계에서는 현명한 재판관에 기대어 있던 것이 서양 세계에서는 별도의 직업이 되면서, 논리학과 철학을 집대성하는 실용적 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로마에서는 일찍이 법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여 재판 등에 도움을 주는 법률 주석가(juris consulti)가 나타난다. 키케로는 귀족 가문에서 가문의 대표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여 주는 일을 했다. 변호사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직업으로 성장하게 만든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기원후 1세 초반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공식적으로 법률가 집단을 인정하고 그들에 대한 보수 금지를 해제하여 성의로서 감사의 표시로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보수를 권리로서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오현제 시대를 지나면서 법률가 집단은 개별적인 법률가들이 아니라 단체로 성장하였다. 이후 로마가 서로마와 동로마로 분열된 4세기 이후 동로마에서는 이미 변호사회라고 불릴 수 있는 법률가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 당시 변호사들은 변호사회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했다는 점을 보면, 현대의 변호사 제도의 원형이 이미 이 시기에 만들려졌다고 할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우리 사회에는 기부문화, 병역비리 등의 테제(these)가 사회적인 논제로 제시될 때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여 사회를 위해서 봉사하고 희생하는 의무를 뜻한다.
천년 제국 로마의 기초가 바로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로마의 젊은이들은 전성기 로마 시절 병역을 영광으로 생각하였고, 백인대장이라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카이사르에게 많은 돈을 빌려 준 최대채권자이자 삼두정치의 일인인 크라수스의 아들도 전사한 것을 보면 로마에서 병역의 의미는 각별했던 것 같다. 이후 영국의 많은 귀족 계급 청년들이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였고, 이러한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였다고 전해져 온다. 그리고 이 사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영국에서 비밀 해제된 참전용사들의 편지가 공개되었다고 한다. 전장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절절하게 써 내려간 병사들의 글은 본국 영국의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배달조차 되지 않다가 이제야 공개가 되었다. 한편 미국의 부자들, 대표적으로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의 기부도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가 되고 있으니 현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돈에 의한 것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도 같다.
변호사 키케로는 변호사로서 많은 보수를 받아 부자가 되었고 신흥귀족인 노빌리티가 되었다. 당시 누구든지 그의 변호를 받고 싶어 했다고 하니 그가 부르는 보수가 그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수였을 것 같다. 그의 무기는 언제나 글과 말이었다. 그가 로마 공화국의 적들과 싸우는 방법 역시 펜을 드는 것이었다. 그 중의 하나가 그가 지은 '의무론'이다. 이 같은 역사공부는 오늘날 우리 사회 변호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역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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