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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awketer다

[나는 Lawketer다] 기업대상 법률강의는 '법률시장의 진단마케팅'이다

조우성 변호사(법무법인 한중)

작년 여름, 강남의 모 의료센터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비싼 비용을 내고 제대로 건강검진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의료계에선 종래의 '치료(cure) 시장' 못지않게 '진단(diagnosis) 시장'이 커지고 있단다. 일 자체도 결과에 따른 큰 책임이 따르는 치료보다는 진단 쪽이 훨씬 우아(?)하다는 평가다.

이런 경향은 법률시장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법률시장에서의 진단은 바로 기업대상 법률강의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15년 가까이 기업대상으로 법률강의를 하고 있는데,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 내 문제점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얻게 된다.

강의를 하기 위해 담당자들과 협의를 하다보면, 그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CEO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이렇게 얻게 되는 정보는 앞으로 그 회사와 접촉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된다.

둘째, 법무팀이 아닌 현업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 사건 초기 단계부터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기업사건의 경우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직접적으로 보내오는 것은 법무팀이지만, 실제 그 일이 발생하는 곳은 현업이다. 따라서 현업들에게 변호사의 존재를 알리고, 사건의 초기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러두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강의를 들었던 현업 담당자가 먼저 내게 전화를 걸어와 간략히 상담해 주었는데 나중에 현업이 법무팀을 데리고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현업 담당자가 법무팀을 이끈 케이스다.

셋째, 잠자고 있던 법무 컨설팅 니즈(needs)를 자극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면 궁금할 것도 없다. 하지만 조금씩 알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이 발생한다. 강의를 듣고 나서야 '뭐? 물품대금채권 소멸시효가 10년이 아니고 3년이라고? 그럼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네?'라는 자각을 하게 되고, 그 이후에는 스스로의 니즈 때문에 문의를 해 온다.

넷째, 법무팀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사내에 알릴 수 있다.

나는 법무강의를 할 때마다 고생하는 법무팀에 대한 격려의 말을 한다. 사실 빛 안 나는 일을 하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잔소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업 담당자들과 법무팀 사이는 항상 묘한 긴장관계에 놓여 있다.

하지만 법무팀의 그런 역할이 궁극적으로 회사와 현업 담당자들을 위하는 결론이 됨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들려주면 현업도 그제서야 법무팀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강의를 마치고 난 뒤 "덕분에 현업과의 업무시 현업이 많은 이해를 해 줍니다"는 법무팀의 인사를 들을 때면 아주 뿌듯하다.

기업과 강의를 통해 접촉면을 넓히면 다양한 소송과 자문 사건은 자연스럽게 수임으로 이어진다. 이것이야 말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진단해 주고 주의점을 알려주는 '법조시장의 진단 마케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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