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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구성원이 행복한 로펌으로" '지평'의 양영태 대표변호사

구성원 각자 행복이 중요… "여긴 내 회사" 주인의식 가져야

미국변호사
양영태(51·사법연수원 24기)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올해로 변호사 생활 20년째를 맞았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사이, 헌법책의 저자로 이름을 날리던 사법연수원생은 어엿한 10대 로펌의 대표변호사가 됐다.
열다섯살 지평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그는 어떤 지표나 성과보다도 설립 때부터 꿈꿔 왔던 '구성원이 행복한 로펌'을 만들어 가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연이은 회의와 출장으로 분주한 일상 속에서 오랜 꿈을 성실하게 실현하기 위해 여전히 '청년'의 시절을 살고 있는 그를 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 지평 사무실에서 만났다.


법무법인 지평의 동료와 후배들은 양영태(51·사법연수원 24기·사진) 대표변호사를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사석에서 만나 특유의 소탈한 모습을 본다면, 동료와 후배들이 그를 '선배' 혹은 '변호사님'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그는 회식 자리에 함께한 구성원들을 위해 참석자 수만큼 쿠키와 아이스크림을 몰래 준비해 헤어질 때 건네는 자상한 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격의 없이 친근한 모습으로 동료와 후배들을 대하는 그도 업무 앞에선 누구보다 철저하고 엄격하다. 변호사로서 일을 잘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철두철미한 업무 스타일에 동료와 후배들이 예외없이 긴장하는 이유다.

꼼꼼하고 책임감 강해 고교 때 별명은 '정리'
후배와 격의 없지만 업무에는 철저하고 엄격
14명으로 로펌 출발 … 14년 만에 10배 키워

그의 별명은 '정리'다. 꼼꼼한 성격과 곧은 책임감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붙은 별명이다. "고등학교 때 적성검사를 했는데 우리 반에서 저 혼자 비서가 적합하다고 나왔어요. 아마 변호사가 안 됐다면 정말로 비서가 됐을 지도 모르겠는데, 왠지 잘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매사에 꼼꼼한 편이었습니다. 사법시험 준비할 때도 주요 학습 내용을 책 한 권에 집약하는 단권화 정리를 잘 해두는 편이었어요. 막상 저는 안 보고 주위 친구들이 주로 활용하면서 남 좋은 일 많이 해주기도 했죠.(웃음)"

그가 이끄는 지평은 2000년 14명으로 로펌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14년 만에 국내 변호사만 100명이 넘는 로펌으로 성장했다. 외국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자격사까지 포함하면 140여명에 이르니 인원만 따져도 10배가 커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변호사 숫자나 이를 기준으로 한 순위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뜻을 함께 하는 동료, 후배들과 로펌을 세울 때부터 숫자나 덩치로 따지는 순위보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어요. 그래서 구성원들끼리 서로 '여긴 내 회사다'라는 주인의식을 강조합니다. 내부 구성원 각자가 행복한 직장이어야 사회적으로 더욱 의미있는 로펌을 만들 수 있는 것이고요."



'구성원의 행복'을 강조하는 그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절친'인 원희룡(50·24기) 전 의원과 함께 사법연수원 시절 헌법책을 썼던 때를 꼽았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데, '주관식 헌법'이라는 헌법책을 쓰던 때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낡은 책으로 집에 한 권이 있는데 여전히 애정이 크죠. 헌법에 대한 정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제가 연수원에 다니던 무렵에는 88년에 문을 연 헌법재판소가 5년쯤 활동을 한 때라 결정례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당시엔 검찰, 변호사, 법원 순으로 시보를 나갔는데 법원이나 변호사 시보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연수원 2년차를 보내면서 틈틈이 집필에 매진했다. 양 대표가 기본권과 헌법재판제도 부분을 쓰고, 원 전 의원이 총론과 통치구조를 맡았다. "서문에 '헌법은 살아 숨쉬는 것이다. 책장에 있는 게 아니다'라는 문장을 썼어요. 법조인으로 활동하기 전에 밝히는 출사표라고 할까요. 내용으로는 수험생을 위한 단권화와 사례 구성, 헌법재판제도에 대한 구체적 소개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12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었는데, 출간하기 전에 연수원 25기 후배들한테 교정을 부탁했더니 이렇게 두꺼운 책은 안 팔린다는 거예요.(웃음) 안 팔려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냈는데 '대박'을 쳤습니다. 그런데 서점에 책을 구하러 간 학생들이 저자인 저희의 성을 따서 책을 찾을 때 양영태 원희룡 순서로 '양원 있어요?'가 아니라 원희룡 양영태 순으로 '원양 있어요?'라고 물었다네요. 희룡이가 사법시험 수석을 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책 읽기 좋아하던 소년… '독서경연' 道 대표도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연수원시절 '헌법' 출간
원희룡 前의원과 함께 써… 그 당시 '베스트셀러'

 
주저 없이 친구와 함께 책을 썼던 시절을 '행복한 기억'으로 꼽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60·70년대에 전국의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렸던 독서 경연대회인 '자유교양대회'에서 진해시 최초로 서울에 진출하기도 했다. 경상남도 대표 6명 중 한명이었다. "어릴 때부터 역사, 문학, 자연에 관한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전학온 후 용산중·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학교 근처에 있던 서점에 수시로 들러 책을 읽었어요. 황석영 선생의 '객지', 박현채 선생의 '민족경제론',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 등을 보면서 사회의식에 일찍 눈을 뜬 것 같습니다. 어릴 땐 막연히 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책을 통해 세상을 보면서 로베스피에르, 링컨, 간디 같은 위인들처럼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변호사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고 법대에 진학했죠."

82학번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교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다. 원희룡 전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51·24기) 전 의원, 김상헌(51·19기) 네이버 대표이사,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그의 동기다. "다들 친했어요. 1학년 땐 엠티도 같이 가고.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고 대학에 경찰이 들어와 있던 시기여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각자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고,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우리 동기들은 서로의 생각을 많이 존중했어요."

대학시절 친구들과 모여 자유롭게 토론했던 기억은 로펌의 운영철학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개진하고 누구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업무 분위기는 지평이 설립될 때부터 쭉 이어져 오고 있다. "수직적인 조직이 아니라 자유롭고 민주적인 업무 체계를 갖추고 일을 진행하는 업무 문화를 확립하고 싶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있겠어요. 0.1%의 차이가 우리의 특질을 가져오듯이 로펌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 차이는 어떤 자세로 일을 하느냐에 달려 있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 속에서 바른 판단과 좋은 결과도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봅니다. 그렇게 각자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자유토론 과정에서 바른 판단·좋은 결과 나와
최고 가치는 '사람'… 훌륭한 후배가 성장의 원천
법조후배들은 본인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았으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7곳에 사무소를 두고 매일같이 더 넓은 시장에서 새 지평을 열기 위해 분주하지만, 그가 말하는 첫번째 가치는 앞으로도 여전히 '사람중심'이다. "일을 하면서 로펌의 발전 방향을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항상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오래 전에 채용 업무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느끼는 건 훌륭한 후배들이 성장의 원천이란 점이에요. 그렇게 함께 성장하는 것이죠."

1995년에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선배로서 후배 법조인들에게 들려줄 조언을 부탁하자 지체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마침 로스쿨 인턴들이 교육 차 방문 중인데, 저는 사법연수생이나 로스쿨생 친구들에게 항상 '본인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요즘에 너도 나도 어려운 시대라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남들이 좋다니까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해서 본인의 삶을 맹목적으로 결정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법조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의미와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안대용 기자, 사진=백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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