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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가 세상을 바꾼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대중이 듣고 싶은 음악

음악을 하는 예술가의 고민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할 것이냐,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할 것인가이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다고 대중음악가임을 자처하더라도 여전히 고민이다. 대중이 좋아할 음악을 할 것인가. 현재 좋아하는 음악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나쁜 디자인이란, 쓰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디자이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한 디자인"이라고 했다. 음악이건, 디자인이건 어느 경우나 기본적인 자세랄까, 나름의 철학이 필요하다.
수학자에게 1 더하기 1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1 더하기 1은 수학에서 합의한 공리(公理)에 따라 2라고 답을 한다. 그리고 2라고 답을 하지 않으면 유클리드 기하학(幾何學)의 세계에서는 틀린 것이다. 변호사에게 1 더하기 1이 얼마냐고 물으면 커튼을 내리고, 조용히 다가와 얼마를 원하는지 묻는다고 한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하는 자세는 의뢰인이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거래구조를 만들거나 소송을 진행하는데 있다. 그러나 단 하나만의 정답을 주는 일이 아니므로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이에 기초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창의성은 위법적인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범죄행위를 조력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는 변호사윤리의 이름으로 항상 변호사에게 요구된다. 변호사윤리는 이런 점에서 통상적인 법적 규율보다 도덕률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행동의 외연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포이즌 필(poison pill)

기업인수·합병을 공부하면, 그 과정에서 적대적 기업인수(hostile takeover)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포이즌 필'이라는 방어수단이 등장한다. 포이즌 필은 독약(毒藥)처방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시행된 상법 개정과정에서 도입여부가 논의되었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해서 도입되지 않은 제도다. 이 방어수단은 주주들이 미리 제공받은 권리행사를 통해 추가적인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적대적인 기업인수를 시도하는 측의 지분을 희석화(dilution)하고, 지분취득비용을 높여서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를 좌절시키는 방법이다. 포이즌 필을 고안한 립톤(Lipton)변호사는 뉴욕의 저명로펌인 Wachtell, Lipton, Rosen & Katz의 회사 이름에 들어간 파트너(named partner)로서 주요한 기업 인수합병 사건을 자문하였다. 그는 이 주제에 대해서 많은 논문과 강연을 하였는데, 1958년에서 1978년까지는 겸임교수(Adjunct Professor)로서 뉴욕대학교 로스쿨(New York University School of Law)에서 강의도 하였다. 1982년 그는 기업인수합병의 물결이 한창이던 미국에서 적대적 기업인수합병에 맞서서 방어하는 수단으로 포이즌 필을 고안했다. 이후 포이즌 필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기업 인수합병 관련 법제에 큰 영향을 주었다.

변호사가 세상을 바꾼다.

필자의 2004년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는 흑인과 백인을 분리해 교육하도록 한 선례를 뒤집었던 미국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유명한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Brown v. Board of Education of Topeka)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들이 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학교 연설처럼 졸업생들에게 삶의 좌표를 제공할 수 있는 그런 연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와 같은 연설을 매번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졸업을 형식적 자리가 아닌 진정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좌표를 제공하는 자리로 만드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잡스가 기억되는 이유는 세상의 틀을 바꾸었고, 그가 바꾼 세상은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켰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연사로 변호사들도 좋은 후보군의 일부다.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고 할 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 그렇지만 그것이 합리성을 가지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변론을 할 수 있다면 변호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세상이 모두 "흑인과 백인은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어서도 안 되고, 버스의 칸도 구별하는 것이 평등"이라고 말할 때,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별도의 학교를 다녀도 학교는 다니도록 하는 것이니 평등"이라고 말할 때 그것을 바꾸는 것은 변호사다. 세상의 잘못을 시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입법을 통할 수도 있지만, 송무변호사는 법정을 통해서 변호사가 꿈꾸는 세상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법정 밖의 자문변호사는 포이즌 필과 같은 아이디어를 통해서 기업 인수합병 거래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 변호사는 검사의 힘도, 판사의 힘도 정치가의 권력도 가지지 않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과 전문성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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