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의 책읽기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당(唐)대의 두보(杜甫)는 모름지기 남자는 태어나면 다섯 수레분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필자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낙(樂)이 있다면 책을 읽는 것이다. 별다른 취미가 없는 필자가 유일하게 재미를 느끼는 책.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주셨던 동아햇님문고에서 시작하여, 초등학교 시절 목표였던 조그만 학교 도서관 책 다 읽기, 중·고등학교 시절 목표였던 동네도서관 책 모두 읽기, 대학시절 중앙도서관과 법대도서관 책 열심히 읽기(엄청난 책의 수에 압도되어 다 보겠다는 생각은 못했다)와 같은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려고 읽었던 책과 변호사가 되려고 사법시험 공부를 하려고 읽은 책 등. 이런 저런 것을 더해 다섯 수레 분 정도의 책은 읽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집에서는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것이 업(業)인 변호사에게 책을 버리라고 늘 성화라서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작년 이사 때에도 다섯 개 정도의 서가의 책은 버렸다. 그래도 방을 다 채우고, 거실을 다 채운 서가들에 있는 책이 무거워서 고생했다며 이삿짐 업체가 웃돈을 요구해 부득이 수고비를 더해 주었다. 아내는 집 주인이 책인지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가족들은 어디 사느냐고 불만이다. 연신 가족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필자는 이사 중에 버린 90년 판(版) 곽윤직 교수님의 민법총칙과 이제 고인이 되신 류지태 교수님의 책 등을 지켜내지 못한데 대한 미안함이 가득한 서생(書生)이다.

변호사 일과 독서

전문화를 바라는 변호사들이 많다. 전문화하면 그 분야의 책읽기를 생각한다. 그런데 전문화가 아니라도 변호사는 새로운 분야에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가 자신이 원하는 사건 만을 가려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잘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게 되면 이미 그런 일을 한 아는 변호사들에게 물어서 확인하거나, 책을 사서 읽어서 알아야 한다. 책이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주는 않는 경우가 많아서 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사실 많다. 일본의 경우에는 좁은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서적들이 많아서 세부적인 영역만을 다룬 책을 찾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도서출판 환경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전문적인 영역만을 다루는 책은 출판되기가 어렵다. 우리 법학이 발전하려면 교과서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특정한 주제를 다루는 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책을 쓰고, 글을 쓰는 것은 나누는 작업이다. 혼자 알지 않고, 아는 것을 나누고 베푸는 작업이 글을 쓰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전문적이고, 무거운 담론을 다루는 책을 쓰는 것으로는 전혀 돈을 벌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책을 쓰는 것은 공익활동이고, 봉사다.
공자님의 말씀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고 하였던 것처럼 독서를 하는 것을 발전시켜나가면 그 분야를 좋아하게 되고, 언젠가 즐길 수 있다. 모택동(毛澤東)의 글 읽기에서 보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은 저자와 대화를 하는 과정이다. 모택동은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유년기에서 사망할 때까지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대장정 중에도 그가 잊지 않은 것이 책이고, 밥은 하루 안 먹어도 괜찮고 잠은 하루 안자도 되지만 책은 단 하루라도 안 읽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모택동은 세 번 반복해서 읽고 네 번 익히라는 삼복사온(三復四溫) 독서법을 가쳤다고 한다. 변호사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직업이므로, 독서는 변호사의 필수사항이다. 변호사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분의 책을 읽어야 한다.

변호사, 독서의 넓이

독서를 함에 있어 변호사는 일과 관련된 책만 읽기 쉽다. 사실 그런 책만 찾아서 보기도 시간이 없다. 시간이 나도 일을 찾아야 하기에 마음이 불편하여 편하게 책을 보고 있기도 어렵다. 결국 일이 바빠도, 일이 없어도 마음 편이 책을 보고 있기는 어렵게 된다. 그러나 변호사의 책읽기는 넓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범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자연과학에 대한 책도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법원에서 최재천 교수의 강의를 들은 일이 있다. 참 강의를 잘하는 분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부분의 하나가 깊게 파려면 우선 넓게 파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개인적으로 전적으로 동의한다. 최근 융합학문에 대한 논의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놀라운 점은 그가 한 업적들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융합이 없었다면, 르네상스도 없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깊이 있게 융합이 이루어지려면 넓게 보아야 한다. 이런 필요성은 변호사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결국 변호사의 책 읽기는 많은 책을 읽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책으로만 모든 변호사의 필요한 일을 배울 수는 없다. 책으로만 전문가가 되지 못해도 책을 읽고,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세상과 인간을 배우는 것은 변호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필수사항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