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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와 의뢰인

로봇 3원칙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1920-1992)는 SF 픽션의 거장이다. 그는 '파운데이션(Foundation) 시리즈'와 '로봇 시리즈' 등 여러 기념비적인 SF 명작들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영화로도 다수 제작되었다. 2004년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에서 제작한 '아이, 로봇(I, Robot)'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이전에도 작품화되었었는데 필자가 본 것은 2004년 작으로 월 스미스(Will Smith)가 주연을 한 작품이었다. 이 영화에 보면, 로봇 3원칙(Robot's Three Laws)이 등장한다.
제1원칙은 로봇은 인간을 해치거나, 인간이 위험에 빠진 것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A robot may not injure a human being or, through inaction, allow a human being to come to harm). 제2원칙은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다만 이 명령이 첫 번째 원칙과 충돌할 경우에는 첫 번째 원칙이 우선한다(A robot must obey the orders given to it by human beings, except where such orders would conflict with the First Law). 제3원칙은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하여야 한다. 다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제1원칙이나 제2원칙에 위반할 경우에는 이 원칙들이 우선한다(A robot must protect its own existence as long as such protection does not conflict with the First or Second Law).
변호사와 의뢰인은 어떨까 하는 생각하여 보았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의뢰인이 범법행위로 나아가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도 그대로 방치하여서는 안된다.(1원칙) 변호사는 의뢰인이 요청하는 바를 수행한다. 그런데 만일 의뢰인의 요청하는 바가 자신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거나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요청일 경우에는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서는 안된다.(2원칙) 변호사는 스스로를 보호하여야 한다. 그러나 변호사의 이익과 의뢰인의 이익이 상충될 경우에는 의뢰인을 보호하여야 한다.(3원칙) 이 정도로 정리하면 변호사의 의뢰인에 대한 선관주의의무와 로봇의 3원칙은 놀랍도록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뢰인의 기원

로마인들은 후견인(파트로네스)과 의뢰인(클리엔테스) 관계를 맺고 있었다. 명망가인 가문들은 자신의 가문의 소속이거나, 그 가문의 영향력 하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후견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그래서 만일 문제가 생기면 의뢰인들은 자신의 후견인에게 찾아가서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청하였다. 그러면 법률적인 문제를 후견인이 해결하여 주었다. 영어의 의뢰인인 Client의 어원은 로마의 이런 후견인과 의뢰인 관계에서 의뢰인을 의미하는 라틴어 cliente에서 출발한다. 이 단어는 이태리어는 물론 로마의 일부였던,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에서도 발견된다. 의뢰인들은 후견인의 보호를 받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사이에서 의뢰인은 후견인을 신뢰하고 자신을 의탁하면 후견인은 의뢰인을 보호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키케로와 같은 신진세력 출신의 변호사도 있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도 이런 가문 중심의 후견인과 의뢰인 관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로마시대의 의뢰인은 그들의 관계가 지속적이고, 관계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오늘날의 의뢰인과 마찬가지로 양자가 신뢰에 의해서 연결되어야 하며,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한다는 점도 같다.

변호사와 의뢰인

로마의 의뢰인은 후견인에게 부탁하여 너그러이 받아주도록 청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의뢰인은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부탁하여 사건을 처리하도록 해 달라고 청하는 상황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일 것이다. 국내에 변호사 수가 적을 때 변호사에게 사건을 처리하여 달라고 부탁을 하던 의뢰인들이 이제는 반대 방향에서 일을 주는 사람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바뀔 수 없는 것은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서 일을 하고, 양자의 관계는 신뢰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것, 변호사는 의뢰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에 따라서 일을 하여야 하지만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전문가로 일하도록 법이 요구하고 보장하고 있으므로-만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입법적인 개선이나 실무를 바꾸어야 할 부분이다-의뢰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알리고 그 방향으로 업무가 처리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한편 변호사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입법자와 법집행자들은 변호사를 부당하게 공격하고, 변호사의 직무를 방해하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전문가로 일할 수 없도록 하는 의뢰인 내지 의뢰인을 가장한 브로커들에게 단호하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사회적 신뢰(信賴)라는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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