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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법과 사회'

홍완식 교수(건국대 로스쿨)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이슈들이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입법과 판결에 반영되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고찰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적 이슈들은 연명치료중단, 체벌, 인간복제, 동물실험, GMO, 유전정보, 사이버명예훼손, 사이버모욕, 간통, 성희롱, 부부간 강간, 스토킹, 화학적 거세, 사형제도, LGBT, 낙태, 양심적 병역거부, 사법개혁, 노령화현상 등이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논제도 있고 다소 생소한 논제도 있다. 이들 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판결이나 입법에 반영되는 과정에 대하여 입법례와 판결례를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필자 스스로 특정한 관점을 유지하거나 특정한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한 자제하였다. 우리 사회에서는 논의의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사회적 논의의 경향이 '너는 어느 편인가'라는 질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확고한 입장이나 이미 내려진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의가 많으며, 이러한 논쟁은 설득과 협박의 다른 방법이지 바람직한 토론의 모습은 아니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관철하거나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로서의 논의 보다는, 절충적 입장이나 공동의 결론을 찾아내기 위한 논의가 바람직하다.

국가의 발전은 경제력과 군사력의 증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주도적으로 해낼 수 있는 국민들의 훈련과 능력에도 기인한다고 본다. 사회적 합의를 잘 해내는 국민들이 선진사회와 선진국가를 만들어 낸다.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공통의 기반을 논의하며,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의 자긍(自矜)과 자존(自尊)이라는 가치는 대단히 귀중하다. 국민들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논의와 결정의 주체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제도를 통해서 달성되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는 이러한 사회적 논의과정을 통해 달성되기도 한다.

입법은 국회의원들에게만 맡겨진 '그들의 문제'가 아니며, 법률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면,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우리의 공복(公僕)으로서 이를 입법하고 집행하는 일을 하고, 이러한 수고의 대가(代價)로 국민이 내는 세금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우리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고용'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고, 끊임없이 논의하며,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데 게을러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생각들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다.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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