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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awketer다

[나는 lawketer다] 미스터 스마일, 미스터 자신감

조우성 변호사(법무법인 한중)

어머니가 복부 쪽에 통증을 느껴서 종합병원에 진찰받으러 갔을 때다. CT 촬영결과를 보던 의사분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퉁명스레 이것 저것 물어보는데 어머니와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건가?'

그렇다고 의사분께서는 특별히 어떤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료 내내 계속 떨떠름한 표정이어서 진료를 마치고 나오던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간호사분께 물어봤다.

"의사 선생님께서 표정이 안 좋으시던데, 저희 어머니 상태가 심각한가요?"

그러자 간호사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원래 저희 선생님이 좀 무뚝뚝하신 편이에요. 저희들에게도 그러시는걸요. 너무 걱정 마세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나는 이 날 이후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의뢰인들과 상담하면서 최대한 웃는 낯으로 대하고 상담이 끝날 즈음에는 힘이 될 만한 덕담을 하기로.

변호사 사무실에 오는 분들 마음은 하나같이 편치 않다.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의뢰인들은 상담에 임하는 변호사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런데 변호사는 세상의 고민을 혼자 짊어진 듯한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계속 갸우뚱거리며 이따금씩 한숨까지 내쉰다. 의뢰인은 영문도 모른 채 용기를 잃고 두려움에 떨게 된다.

의뢰인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최대한 온화한 표정과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보자.

"저희들은 매일같이 이런 사건들을 접하지만 선생님은 처음이시라 많이 놀라셨죠? 하지만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그 길을 알려드릴 테니 마음을 놓으시죠.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설령 이 말이 다소 입에 발린 공치사라 하더라도 변호사의 이 말에 의뢰인의 불안감은 많이 누그러진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위급한 일이 아니면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시내에서 달리는 것을 금지한다고 한다. 경찰관들이 달리는 모습 자체가 시민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이유로. 그만큼 특정한 직위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은 원하든 원치않든 타인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사건 때문에 심란하고, 그 사건이 발생한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으로 괴로워하는 의뢰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표정과 말은 의뢰인에게는 상상 이상의 큰 힘이 되는 것 같았다.

"같이 오신 아드님이 참 의젓하시네요. 이런 아드님이 계신데 뭐가 걱정이십니까? 제가 열심히 돕겠습니다. 소송은 장기전입니다. 체력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마음 편히 잡수시고 저랑 같이 가시죠. 저, 이 분야에선 그래도 나름 유명합니다. 허허!!"

법적인 구체적인 처방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보다, 변호사의 따뜻하면서도 믿음직한 모습이 의뢰인에게 더 큰 용기와 위안을 준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의뢰인들은 스스로 이성적이라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온 의뢰인들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감정적인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을, 우리 변호사들은 너무도 잘 알지 않는가.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