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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가 자녀에게도 권할 직업이 되어야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라는 고시 합격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 자주 들리던 동네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보고, 푼돈을 모으고 또 모아서 그 책을 샀다. 고시에 합격하려면 이처럼 절절하게 공부하여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역경을 이기고 시험에 합격한 그들은 내게는 영웅이었다. 딱히 고시를 보겠다고 생각한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책에 있는 합격수기를 보면, 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합격기를 보면서 내가 이런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지만, 이런 시험에 응시할 가치가 있을까를 고민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합격기를 보면서 법조인이 된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큰 아들에, 큰 아들에, 큰 아들로 이어지는 장손이라는 부담으로 해서 늘 집안의 바람에 따랐지만, 대학시험을 보러 가던 첫 상경 길에 본 야간 무궁화(無窮花)호 기차 밖 풍경을 보고 시작한 대학생활 이후 가족의 생각과 달리 내 뜻대로 법학을 공부했다. 집안에서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였고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는 다시 내 뜻대로 전임 법학교수로 있다가 변호사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겸임교수로 법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의 뒤에는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라는 고시합격기가 있었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을 읽으면서 고시합격기를 쓰는 꿈을 가졌는데, 필자도 사법시험 합격 후에 그 꿈을 이뤘다.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자녀들이 무슨 일을 할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나는 늘 부모님이 바라는 내와 내가 바라는 나 사이에 갈등했다. 그래서 자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였으면 한다. 그러나 부모가 되어 보니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고, 자녀들에게 장래 희망을 묻게 된다. 가끔 만일 내 아들이, 내 딸이 변호사가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변호사는 과연 자녀에게도 권할 만한 직업인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이라고 권할 수 있는 직업일까. 주변의 변호사들에게 물어보면 다수가 자신의 자녀에게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권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이전에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할 때 법원을 보면 법조가족이 대를 이어서 계속하는 경우를 다수 보았다. 법조의 일원으로 판사나 검사가 되는 것은 여전히 선호되는 것 같지만, 주변의 평을 종합하면 최소한 이제 변호사는 그리 권할 만한 직업이 아닌 것 같다.

일본 변호사들의 경우

일본변호사연합회 소비자문제연구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방한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국제이사로 방한단을 맞이하여 파산절차에서의 동시폐지문제나 보증인 보호 문제, 채권자 추심 공정화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답하였다. 미팅 후 식사를 하면서 일본 로스쿨 문제와 변호사들의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회의 때 시종 신중한 태도를 취하던 전 도치키현 변호사회 회장은 로스쿨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연하게 정치가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법조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하였다. 일본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처우에 대해서 물으니 월 30만 엔 정도이지만, 월 20만 엔 정도도 많고, 사무장보다도 낮은 처우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실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하자, 노력을 하면 로스쿨을 졸업해도 좋은 변호사가 될 수 있겠지만 시험응시자의 1% 정도가 합격하던 시험이 쉬워져서 떨어지는 사람의 비율이 합격하는 사람보다 적어지는 경우까지 발생하자 국민들이 로스쿨 출신들은 실력이 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선입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한다. 다른 한 변호사는 꼭 선입견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로스쿨 졸업자들의 경우에는 실무를 제대로 배우고 온 것이 아니라서 다시 가르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면서 비판적인 견해를 견지한다. 소수 변호사들의 단견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 것이나 같은 변호사로서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일본 변호사들의 상황에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자녀에게도 권할 수 있는 직업이 되려면

다시 태어나도 그 어려운 시험을 합격하기 위한 고난의 길을 가겠다는 그런 이야기는 이제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 도입으로 전설(傳說)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자녀에게도 권할 수 있는 직업이 되려면 우리가 원하는 직업의 조건들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사람마다 지향하는 가치가 상이하므로 어떤 직업이 반드시 최고의 직업이라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변호사가 여전히 자녀에게도 권할 수 있는 직업이 되려면 보편적으로 좋은 직업이 가지는 주요한 요소들, 즉 직업의 안정성,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보수, 사회적인 명예 등이 구비되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자녀에게도 권할 수 있는 직업, 다시 태어나도 하고자 하는 직업이 되는 것이 사회적인 신뢰자본으로서 변호사의 역할을 지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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