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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와 인문학

스티브 잡스의 기억

스마트폰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주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유명한 '아이폰(iphone)'을 소개한다. 2007년 MacWorld에서 한 기조연설(Keynote speech)였다. 그는 2001년 iPod을 통해서 단순히 음악을 듣는 방식을 바꾼 것처럼 새로운 기기를 소개하겠다고 하면서, 대화면의 iPod인데,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하고, 혁명적인 휴대폰이면서, 동시에 혁신적인 인터넷 접속기기가 하나로 결합된 제품을 소개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을 아이폰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2007년은 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 때다. 그 때 마이크로소프트도 스마트 폰을 출시하였다. 원도 기반의 스마트폰이었는데, 사용이 쉽지 않았다.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차이를 기술력의 차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 두 회사의 스마트폰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는 상상력의 차이이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차이이다. 잡스의 전기를 보면,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들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는데, 그들에게 물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즈니스 스쿨에서 마케팅을 배울 때 소비자의 니즈(consumer needs)를 파악하여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consumers wants)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결국 정보통신혁명의 원천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은 계속 위기다. 잡스가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을 강조한 덕에 기업의 CEO들이 인문학 서적을 본다면 이것은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인문학(人文學)은 인간학(人間學)이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공부했던 문(文), 사(史), 철(哲), 즉 다시 말해 문학과 역사학과 철학은 인간이 사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인류의 꿈에 대한 학문이다. 인류가 꿈꾼 것들은 현실이 되었고, 현실의 근원은 꿈이었다. 인간을 특징짓는 단어인 생각은 사실 꿈을 말한다. 잡스는 말했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Think Difference도 아니고, Think Differently도 아니다. 기존에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틀 밖의 생각, 그것이 우리가 꾸는 꿈이다.
인문학을 인간에서 사고의 방식을 깨우치게 하고, 꿈을 꾸게 한다. 다만 그 방식이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라 시간이 걸리고, 오랜 시간 곰곰이 생각하여야 그 맛을 알고,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어려운 점이다. 잡스가 말한다. "오늘 애플은 휴대폰을 다시 발명하고자 합니다.(Today Apple is going to reinvent the phone.)" 개선이 아니라, 재발명하는 것, 잠수함을 꿈꾼 줄 베른의 '해저 2만리'를 창조해 내는 것, 그러한 상상력이 과학자들에게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역할이다. 인문학은 문학(文學)을 통하여 사람들의 감성을 깨우고, 꿈을 꾸게 하고, 역사(歷史)를 통해서 반복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지혜를 깨우치게 한다. 철학(哲學)은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정치하게 하여 인간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인문학이라는 것은 공기와 같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것을 느끼게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인류가 대대로 전승한 지혜(知慧)를 배운다. 우리가 일견 참이라고 생각하는 지식(知識)이 인문학의 필터를 통해서 지혜로 정화되는 것이다.

변호사와 인문학

법(法)을 정의할 때, 가장 많이 듣는 것이 상식(常識)이라고 한다. 정말 상식일까. 여기서 말하는 상식은 전문적인 상식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학(法學)을 기술적인 학문으로 이해하고, 법기술자로 변호사를 정의하고, 변호사는 기술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주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가능한 정의이나,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변호사가 하여야 할 일의 상당부분을 보듬지 못한다.
법학은 인간을 바라보는 인간학이다. 왜 미국 특허법원장(Chief Judge of CAFC)이 영문학 전공자여도 문제가 없는지는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는 법학은 그 자체로 몰상식한 법이 되거나, 수용되지 못하는 법이 될 수 있다. 형법과 같은 법이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를 요구하는 것은 그 수범자에 대한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같은 법이라도 기업을 다루는 상법의 회사편은 기업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이념을 정한 것이므로 부득이 추상(抽象)성을 띠지만 그 헌법을 읽었을 때 가슴 속에 국민으로서 우리나라는 이런 국가구나 하는 고갱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비전이 헌법을 통해서 국민에서 전달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각 법률이 하는 역할에 대한 이해는 그 법률이 바라보는 인간상에 기초한다. 그러므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변호사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의 과업이고, 인문학은 변호사의 기초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