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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의 다양성

인간의 타인에 대한 이해

사람이 타인에 대한 이해를 함에 있어 자신이 경험하여 보지 못한 것 내지 심지어 상상하지도 못한 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필자의 경우, 근시, 난시, 사시, 약시 등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모든 문제가 눈에 있다.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을 할 때 화면의 글자가 잘 보이지 않으므로 내용을 외워서 할 수 밖에 없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계단의 높낮이를 잘 알 수 없어서, 계단이 끝나는 지금과 시작하는 지점을 미리 발로 확인하고 움직인다. 거리감의 문제로 운전하는 것도 위험하여 운전을 하지 않은지도 꽤 되었다. 필자는 눈에게 오랜 혹사에 대해서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눈은 필자에게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었다.

길을 가다가 요철이 있는 장애물이 있을 때 위험한 상황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거리의 시설물들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위험할 수 있다는 것, 계단에 붙어있는 끝을 알리는 노란색 표시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선이 될 수 있다는 것 등 나의 부족함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부족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의 예를 통하여 깨우치게 된다.

디자인을 함에 있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개념이 있다. 가장 취약한 사용자도 편하게 쓸 수 있게 한다면,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독일을 방문했을 때 회장실의 변기에 있는 커다란 버튼을 보면서,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력이 약한 사람을 위하여 음성인식기술을 발전시키게 되면,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사회를 기초를 강화할 수 있다.

변호사의 다양성

미국의 법조를 보면, 다양성(diversity)에 대한 강조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조직 스스로의 면을 보면, 소위 잡종강세(雜種强勢)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한다. 현재의 바나나와 커피가 언젠가 멸종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대부분의 바나나와 커피가 단일한 품종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아일랜드 대기근을 초래한 감자곰팡이병을 동일한 품종의 감자를 밀집해서 재배한 결과라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다양성은 새로운 변화가 있을 때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고, 최소한 종(種)의 소멸을 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다음 세대에서의 생존이라는 생명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한다. 이는 법조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법조계가 단일한 사회계층, 단일한 학교나 학과, 단일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면 단일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둔감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변화에의 부적응은 종(種)의 소멸이라는 파국을 이끌 수 있다.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는 것이지, 강한 것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진화생물학을 통해서 배운 교훈이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의 경우를 보더라도, 필자가 '미국 대법관 이야기'라는 책에서 강조한 것처럼, 대법관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것은 그들의 원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법관의 다양성은 대법원의 권위를 강화시키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하였다. 백인들만의 대법원에 흑인대법관이 임명되고, 여성대법관이 임명되고, 사회적으로 저명한 가문 출신의 대법관도 있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법관도 등장하고, 종교적으로 다른 대법관이 포용되는 과정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잠자리의 복안(複眼)과 같은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된다. 그를 통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연방대법원은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정책법원으로서의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법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변호사도 다양한 특성을 가진 변호사가 존재하여야 한다. 필자의 눈이 필자에게 새로운 눈을 가지게 한 것처럼,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의 변호사를 통해서 세상에 투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변호사의 사명과 변호사의 다양성

변호사는 인권을 옹호하는 것을 업(業)으로 한다. 인권은 특정한 계층의 인권, 건강한 사람들만을 위한 인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체인의 강도는 그 체인의 가장 약한 부분의 강도 만큼인 것처럼, 그 사회의 건강함은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의 건강함에 의해서 평가될 수 있다. 변호사의 사명은 변호사의 다양성에 의해서 더욱 잘 수행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다양한 변호사가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유형의 국민들이 필요한 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변호사들이 자신들이 가진 다양한 시각을 통해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인권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와 부합하는 변호사의 선발 및 양성제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변호사들이 법원과 검찰과의 법조일원화를 통해서 법조의 건강한 토대가 되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가 달성하여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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