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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와 민주주의

우리 민주주의(民主主義)의 토대

민주주의는 우리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국가의 핵심토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법조인들도 법명을 헌법으로 알고 있는 '대한민국헌법(大韓民國憲法)'은 그 제1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면서,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국민주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의 36년간의 압제를 이겨내고, 독립국가가 되면서,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이 어린 이 땅에 건국된 국가에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였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던 조롱에도 세계 최빈국에서 민주주의와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은 우리 할아버지 세대와 아버지 세대의 피와 땀이었다.

필자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하교 길에 본 아버지는 두 평 남짓 되는 작은 가게에서 <샘터>를 읽고 계셨다. 햇살에 날리는 새하얀 먼지가 보이는 가게에서 책을 보고 계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아버지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른 새벽 동네 재래시장(이름이 '골목시장'이었던 것 같다)에 있던 가게 문을 열고, 새벽에 돌아오시는 아버지, 어머니가 올 때까지 앉은뱅이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했다. 다른 생각보다 먼저 잔다는 것이 미안했던 것 같다. 그 부모님의 희생으로 오늘의 내가 있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제도는 그 제도가 도입되면 바로 자리 잡는 것이 아니다. 제도가 그 제도의 이상(理想)이 현실이 되려면 발전을 위한 노력과 시간, 희생이 필요하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요소들의 총합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화할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공산주의 국가였다가 체제전환을 한 국가들의 사법제도를 보면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변호사의 지위가 열악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우위가 분명하고, 그 중에서도 공안검찰이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 5월에 방문하였던 베트남의 경우 변호사들은 공부한 것에 비하여 수입도, 지위도 열악하여 2개 이상의 직업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면,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변호사를 빼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연방 상원의원 및 하원의원으로 있는 법조인 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날 법조인의 민주주의 건설자로서의 지위를 상징하는 하나의 숫자가 되겠지만, 미국 민주주의에서 변호사의 민주주의 건설자로서의 역할은 건국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을 이야기하면 등장하는 것이 미국인이 쓴 일본인에 대한 책인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 1887-1948)의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Pattern of Japanese Culture)>이라면, 미국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프랑스인의 시각에서 미국을 본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의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1832)를 떠올린다.

그의 책에서 받을 수 있었던 놀라운 통찰은 미국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서, 미국의 법이 가장 좋은 법은 아니지만, 미국에 가장 맞는 법이기 때문에 좋은 법이며, 좋은 법은 민주주의에 있어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좋은 법이 미국의 민주주의의 전부가 아니며, 이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법률가가 바로 이런 민주주의의 유지를 위한 핵심적인 요소임을 파악한 것이다.

실제 이후의 미국역사를 보아도 1860년대 남북전쟁 이후 분열된 미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하여 고민했던 메타피지컬 클럽(metaphysical club)도 뒤에 대법관이 된 올리버 웬들 홈스를 비롯한 법률가의 참여가 절대적이었다. 그들은 실용주의(pragmatism)라고 불리게 된 '미국의 정신'을 생각해냈다. 어떤 민주주의국가도 국정운용 철학, 즉 정신적인 토대 없이 번영할 수 없다. 남북전쟁 이후 백 년에 걸친 '현대 미국' 탄생과 1960년대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는 민권운동을 거치면서, 민주주의를 관용과 평등을 기반으로 한 다른 사람들과의 협동이라고 본 메타피지컬 클럽의 생각은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

민주주의와 변호사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은 '법이 아닌 힘에 의한 통치'이며, 시민들의 인권이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은 법으로 제어할 수 있지만, 법은 그 존재만으로 민주주의를 유지시키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정당한 법의 존재와 그 보다 중요한 법의 운용에 그 핵심이 있으며, 이를 위하서는 변호사들에게 적절한 지위가 부여되어야 한다. 변호사의 공적 의무에 대한 인식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부여된 책무에 대한 이해, 이를 위한 높은 윤리규범과 전문성, 도덕성의 유지, 이를 위한 자율적인 질적 통제, 변호사에 대한 적절한 지위 부여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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