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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 면기난부(免飢難富)의 직업

초코파이와 새우깡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지방 출신으로 처음 서울에 와서 과외를 하지 않고 살았다. 지방 출신이라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과외를 구하기 어렵기도 했다. 집에서 돈을 받으면 책을 살까, 밥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사고 밥을 굶게 되는 일이 생기곤 했다. 어떤 주말에는 초코파이 몇 개로 지냈다. 그래도 자존심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얻어먹기는 싫었다.
이후 과외를 하면서 밥을 건너뛰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다가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새벽까지 공부를 하면 배가 고파서 자주 먹었던 것이 새우깡과 우유다. 그냥 있으면 속이 쓰리니 속도 보호할 겸 가벼운 지갑도 고려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지금도 초코파이와 새우깡을 보면 그 때의 생각이 난다. 초코파이의 하얀 마시멜로(marshmallow)는 달콤하지만 나의 젊은 날의 가난함을 떠올리게 하고, 상대적으로 싸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우유와 술을 못하는 필자에게는 끼니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술안주일 것이라 생각되는 새우깡은 힘든 사법시험 준비를 같이 한 동지이다.
교수가 되기 전에 변호사도 했고 지금도 변호사임에도 부자는 되지 못했다. 대학시절보다는 형편이 훨씬 나아진 지금도 자동차 대신 지하철과 도보로 다니고 책값은 몰라도 밥값에는 인색한 마음이 든다. 필자는 아직도 그 때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면기난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할 때 대법원에 한승헌 변호사님께서 오셨다. 전 감사원장님이시고 인권변호사이신 한 변호사님은 강연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굶는 것은 면할 수 있으나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면기난부(免飢難富)라는 단어로 정의하셨다. 다행히 변호사를 하면 굶는 것은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니 필자의 대학시절보다는 나아지는 것이고,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하시니 복권 한번 당첨된 적 없고, 심지어 모임에서 하는 경품 행운권 추첨에도 당첨되지 못한 필자로서 변호사라는 직업은 어찌 보면 어울리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들었을때 마음이 뭉클해졌다. 필자는 애국가가 연주될 때와 태극기를 볼 때, 눈물을 흘리곤 한다. 애국가가 아님에도 언젠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의 연주를 들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그런데 면기난부라는 원로변호사님의 강연은 문득 대학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여 뭉클한 마음이 들게했다. 면기난부(免飢難富)라.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 '사람에게는 얼마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동화류의 작품이 있다. 주인공 농부는 그토록 가지고 싶던 원하던 만큼의 땅을 가진 순간,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 그럼 변호사에게는 얼마의 돈이 필요한가. 변호사들 중 톨스토이의 작품 속 농부와 같이 돈을 모으려고 다니고 있는 그런 변호사들이 있지 않을까. 농부의 땅처럼.
로스쿨 제자들에게 변호사는 돈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추구하여야 한다고, 그 의미를 찾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지금도 나는 내가 대학과 로스쿨에서 가르친 제자들에게 말한 것과 같이 내 제자들이 돌아와 찾으면 그 자리에 있는 그런 나무와 같은 선배법조인이 되었으면 한다.

변호사의 재산

공직후보자 청문회에서 본 변호사 출신 법조인의 재산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어떤 로펌 변호사 출신 공직 후보자들의 재산이 많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어떤 전관출신 변호사의 급여가 많다고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공직후보자의 재산은 인사청문회에서 논의되는 주요 사항이고, 재산형성과정을 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의 논란도 재산이 많았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것이라고 믿는다.
변호사라고 해서 가난할 필요는 없고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이 아닌 한 재산을 불리지 못한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칭송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청빈(淸貧)해야 하고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겨야 하는 선비로만 오늘날의 변호사를 정의할 수 없다고 본다. 오히려 변호사 중에서 부자 변호사들도 많이 나오고 흔히 말하는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한국 변호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많은 돈을 벌었으면 한다. 내가 가르친 제자 중에 40대에 페라리(Ferrari)와 람보르기니(Lamborghini)를 가지는 꿈을 이야기한 변호사가 있었다. 그 꿈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청년 변호사들이 전세계를 누비면서 돈을 버는 것도 상상한다.
하지만, 변호사가 스스로 직업적인 소명인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성격을 잊고 사회적으로 해악이 되는 행동을 일삼는 방식으로 축재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변호사로서 늘 명심하여야 하는 점이다. 그런 변호사가 있다면, 그들은 우리 사회가 변호사에게 직업적인 존경을 하고 변호사들에게 권한을 주어 그 행동을 보호하려고 노력하여야 하는 이유를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면기난부(免飢難富)라는 선배변호사님의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의는 어리석은 농부와 같이 돈을 탐하지 말고 직업적인 소명을 따르라는 현명한 조언이다. 그런 마음가짐은 변호사를 변호사답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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