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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awketer다

[나는 lawketer다] 밀어내기 영업이 갖는 한계

조우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요즘 '밀어내기(Push) 영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상대방(고객, 대리점)보다는 내 입장이나 상황에 기초해서 상품(서비스)판매를 강요하는 것을 밀어내기 영업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도 이런 밀어내기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변호사를 찾아온 의뢰인은 마음 속에 근심이 가능하다. "과연 이 사건을 이길 수 있을까? 과연 이 변호사가 제대로 내 사건을 처리해 줄까?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릴까? 그리고 비용은 어느 정도 들까?"

하지만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을 하나의 매출 기회로 볼 여지가 크다. '이번 달에 수임한 건수가 겨우 2건.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등을 생각하면 내 눈앞에 와 있는 이 사건을 어떻게든 수임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의뢰인(고객)들은 변호사가 자신을 '하나의 매출기회'로 생각하는지, 그래서 절박함과 쫓기는 듯한 심리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예리하게 감지해 낸다.

"네, 이 사건은 충분히 승소 가능합니다. 오늘 바로 계약하고 가시죠."

사건 상담 후 곧바로 수임계약체결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의뢰인의 미묘한 감정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밀어내기 영업이다.

내가 아는 어느 선배 변호사의 예. 그 선배는 일단 의뢰인과 충분한 상담시간을 가진 후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자세히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의뢰인은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그럼 좀 더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와 '변호사님, 그럼 지금 수임계약을 하시죠'이다. 이에 대한 선배의 대응법이다.

<1> '그럼 좀 더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변호사들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더 훌륭하신 분들도 많구요. 가능하면 두 세군데 더 돌아보시고 연락주세요. 그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꼭 좋은 분을 만나시길 빕니다. 오늘 설명드린 자료는 제가 따로 이메일로 보내드릴께요."

<2> 지금 수임계약을 하시면 어떨까요?

"저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지금 당장 변호사를 확정하지는 마십시오. 쇼핑을 좀 더 하세요. 100만 원짜리 옷 하나 살 때도 얼마나 고민됩니까? 하물며 소송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 곳 저 곳을 다녀보고 철저히 비교해 보고 선택하셔야 아쉬움이 없습니다. 저도 그렇게 선택되어야 떳떳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저, 어디 안가고 기다릴 테니 좀 더 알아보고 오시죠."

이렇게 응대하면 의뢰인들은 그 선배를 다시 쳐다본다고 한다.

"내가 좀 안이한가? 하지만 그게 내 진심이야. 의뢰인에게 제대로 선택받고 싶거든. 그리고 인연이 닿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수임하면 그것도 고역이라구. 최대한 의뢰인이 고민해 보고 내린 선택의 대상이 되고 싶어. 내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고 말야."

선배의 그 말에서 인생의 지혜가 느껴졌다. 이렇게 안이(?)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선배의 수임실적은 대단하다. 의뢰인들은 선배의 진정성을 알아보는 것이리라.
미국변호사